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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경영공백에 해외사업 '흔들'…신성장 동력 '잠시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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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경영공백에 해외사업 '흔들'…신성장 동력 '잠시멈춤'

구현모 대표, 몽골 국가 CTO 위촉 두 달 만에 물러나
최대 5개월 대행체제 예상…KT "공백 최소화하겠다"
올해 초 구현모 KT대표(왼쪽)가 몽골 CTO 위촉식에 참석해 몽골 디지털개발부 오츠랄 니암오소르 장관으로 부터 위촉장을 전달 받는 모습. 사진=KT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초 구현모 KT대표(왼쪽)가 몽골 CTO 위촉식에 참석해 몽골 디지털개발부 오츠랄 니암오소르 장관으로 부터 위촉장을 전달 받는 모습. 사진=KT
KT가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글로벌 사업도 일시정지 상태에 놓였다. KT는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그동안 진행한 MOU에 대한 빠른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T는 올해 초 몽골과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국내에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구현모 전 대표가 몽골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위촉돼 KT그룹은 몽골 정부와 금융, 의료,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갖추고 몽골의 디지털 정책 가속화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으로 전 세계 희토류의 16%가 매장돼있다. 이 밖에 구리와 형석, 금, 철, 아연 등 80여종의 광물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는 휴대폰과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ICT 제품 전반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원료다. 현재 우리나라는 희토류의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는 몽골 정부가 지난 2021년부터 추진 중인 '디지털 몽골' 사업에 중추적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구현모 전 대표는 올해 초 몽골 국가 CTO로 위촉된 바 있다.
'디지털 몽골'은 몽골 전 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몽골은 지난 2021년 경제발전 도약을 위한 국가개발 중기 전략인 신부흥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5월에는 디지털개발부를 신설한 바 있다.

이와 함께 KT는 금융(사업계약), 의료, 디지털 전환(DX), 미디어 등 몽골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BC카드와 몽골 중앙은행은 양국 간 카드결제를 연동하는 사업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러 사업 관련한 사항 중 사업계약 건을 제외한 것들은 진행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현모 대표가 사임하면서 몽골 국가 CTO 위촉 후 두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KT는 "몽골과는 업무협약 단계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사업이 엎어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박종욱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현모 대표가 사임한 만큼 몽골 국가 CTO 위촉에서 빠지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KT의 대 몽골 사업은 국가를 대상으로 한 파트너십이며 구현모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협력인 만큼 경영체계 변화에 따라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다만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맺은 글로벌 사업협력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KT는 올해 MWC에서 필리핀 컨버지 ICT 솔루션즈와 필리핀 DX 사업개발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와는 오픈랜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사업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KT는 해당 사업에 대해선 "변동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KT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AI 원팀'과 '클라우드 원팀', '디지털 시민 원팀' 등 협력체도 정상적으로 운용된다. KT는 "협력체 사업 운용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몽골 사업을 제외한 KT의 기존 대외 협력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앞으로 비상경영체제에서 새로운 사업협력에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현재 KT는 대표이사 공백 상태에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직무대행은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까지 파행을 빚은 상황에서 경영 정상화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주주총회에서는 재선임 후보였던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사퇴하기로 하면서 KT 이사진 6명 중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이 남게 됐다.

사퇴한 이사진은 상법상 이사회 정족수 유지를 위해 당분간 대행체제로 이사회 업무만 수행하기로 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모두 대행체제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의사결정이나 사업 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구현모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KT 민영화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앞으로 20년에 대해 '글로벌 테크 컴퍼니'로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KT의 디지코 기술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게 KT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면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단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우선 박 직무대행 체제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KT는 앞으로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대표이사를 선임하기까지 최대 5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만약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경우 소액주주와 이사회,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KT 소액주주들은 31일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