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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야놀자', 5년내 관광객 5000만명 유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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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야놀자', 5년내 관광객 5000만명 유치 가능할까

이수진 대표, 2028년까지 5000만명 목표 제시
인터파크 인수 당시 아웃바운드 강조하더니 2년만에 선회
올해 예상 관광객 1000만명 미만…일각선 과도한 목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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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트리플 로고. 사진=야놀자
지난해 야놀자에 매각된 인터파크가 사명을 '인터파크트리플'로 변경하고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인터파크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야놀자-야놀자클라우드-인터파크트리플의 시너지를 활용해 5년 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입국) 관광객 5000만 시대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8년까지 5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인데 이는 정부가 세운 2027년까지 인바운드 관광객 3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아득히 넘어선 수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당장 현실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2021년과 2022년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각각 252만명, 320만명이었다. 이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장 많았던 2019년의 1750만명과 비교하면 야놀자는 5년 내 역대 최다 관광객 수의 285%까지 관광객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 2년 만에 아웃바운드에서 인바운드로 선회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야놀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야놀자


물론 야놀자는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기업이다. 야놀자는 국내 숙박 관련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이후에는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숙박 관련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외형을 확대해왔다. 2020년에는 기업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 대열에 올랐고, 2021년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치솟았다.
당시만 해도 야놀자의 전략은 전세계에 야놀자가 개발한 B2B 솔루션을 각국 호텔체인과 여행업계에 접목시켜 아웃바운드 비중을 늘리겠다고 강조했었다. 2021년 인터파크를 인수할 당시 야놀자는 "이번 (인터파크) 인수를 통해 해외 여행 수요에 선제 대응함은 물론, 글로벌 여행시장에서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는 성장엔진을 보유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리더십 확보와 함께, 해외 여행시장을 질적·양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더욱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 수요 확대에 대한 얘기만 있었지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만큼 야놀자는 인터파크의 해외여행 관련 데이터와 콘텐츠를 중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년 후 인터파크의 사명을 인터파크트리플로 바꾸고서는 야놀자·인터파크트리플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야놀자클라우드의 B2B 솔루션 사업을 통해 인바운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전세계에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 야놀자,'300조원 수출효과' 강조...현재는 적자 상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는 모두 '여행'이라는 공통분모 안에 존재하지만 해외로 가기 위한 상품과 해외에서 들어오게 하는 상품은 대상이 완전히 다르다. 당장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관광객 감소가 복구되더라도, 야놀자의 발표처럼 한국공항공사 및 지자체와 협업해 양양·무안·청주 등 지역 국제공항과 연계한 지자체별 패키지를 기획한다고 해도 갑자기 몇 배씩 늘어나기에는 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실제 지자체별 축제와 콘텐츠가 다양한 관광대국인 일본조차 인바운드 관광객 5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부문 대표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연간 5000만명은 300조원의 수출효과와 맞먹는다"면서 "이는 반도체 수출액인 연간 168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잠재력이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관광객 5000만명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은 야놀자의 업적이라 볼 수 없다. '한류' 문화의 확산으로 한국을 찾는 이들이 모두 야놀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야놀자가 지나치게 큰 목표를 잡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야놀자'와 '인터파크' 사명을 빼면 이날의 발표는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처럼 보일 정도다.

지나치게 과한 목표 설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야놀자 관계자는 "넷플릭스 통해 K-팝과 K-푸드 등 'K-콘텐츠'도 유명해졌다.이로 인해 해외 여행객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고 싶어한다"면서 "(여행) 수요는 증가했으나 잠재력을 발현할 만한 상품군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상품이 만들어져도 이를 유통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때문에 인바운드 관광객 5000만명이 굉장히 이상적인 목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콘텐츠를 기반으로 좀 더 많은 인바운드 여행객 유치하겠다 생각해서 (5000만명 목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최휘영 인터파크 대표는 AI 시대에 바뀔 여행을 인터파크트리플이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대표는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의 질문에 AI가 효과적으로 해석하고, 해당 질문들에 대해 새로운 여행상품을 제시하거나 응급상황 발생 시 도음을 주고 관광객 각각에게 개인화된 여행상품을 제시함으로써 인바운드 관광객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모두 그간 한국 관광상품에 부족했던 유통 채널을 강력하게 구축해 K-콘텐츠와 K-트래블의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히며 '사활'을 다하겠다고까지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런 야놀자의 각오와 딜리 실상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537억원,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하며 침체기에 빠진 듯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앱 설치 수에서 여기어떼에 따라잡히며 현재까지 썩 좋지 않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야놀자 앱의 MAU는 400만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로서는 오랜 기간 공 들여 준비한 비전 선포였지만 그 목표가 너무 크고 범국가적이어서 되려 그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만 높아진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월 인바운드 관광객 수는 약 70만명으로, 올해 이 숫자가 유지될 경우 약 9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본다. 5000만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쉬운 숫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