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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시대에도 '카와이'는 통한다"…'헬로키티' 산리오가 보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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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시대에도 '카와이'는 통한다"…'헬로키티' 산리오가 보는 미래

츠지 토모쿠니, '콘텐츠 비즈니스 위크' 방한
"특정 표상보단 귀여운 친구로 인식" 목표
버튜버·실사 영상 등 뉴미디어 적극 활용
韓 기업과 협력 성과 기대 이상...지속 협업 원해

츠지 토모쿠니 산리오 대표가 '2023 콘텐츠 비즈니스 위크'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산리오 틱톡에서 활용된 '헬로키티' 실사형 콘텐츠의 모습.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츠지 토모쿠니 산리오 대표가 '2023 콘텐츠 비즈니스 위크'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산리오 틱톡에서 활용된 '헬로키티' 실사형 콘텐츠의 모습. 사진=이원용 기자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셋 꼽으라면 으레 월트디즈니컴퍼니 '미키 마우스', 닌텐도 '포켓몬스터'와 더불어 '헬로키티'가 지목될 것이다. 국내에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고양이 소녀 헬로키티는 1974년 탄생해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헬로키티를 비롯한 450여 개 캐릭터 IP를 창작, 운영하고 있는 업체 산리오의 츠지 토모쿠니(辻朋邦) 대표는 최근 한국에 방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콘텐츠 비즈니스 위크'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헬로키티를 비롯한 산리오 캐릭터즈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카와이(可愛, 귀여움)'라는 기본 가치를 유지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산리오는 1960년 설립된 장수 콘텐츠 기업이다. 토모쿠니 대표는 츠지 신타로 창립주의 손자로서 3년 전 회사의 대표 자리를 승계했다. 그는 "미디어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마음 역시 계속 바뀌고 있다"면서도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카와이'란 키워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모쿠니 대표가 기조연설 중 공개한 '산리오 캐릭터즈' 이미지.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토모쿠니 대표가 기조연설 중 공개한 '산리오 캐릭터즈' 이미지. 사진=이원용 기자

헬로키티 외에도 산리오에는 구데타마,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등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토모쿠니 대표는 "산리오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정된 스토리텔링'이 적다는 것"이라며 "한 눈에 봐도 귀엽고 매력이 가는 디자인을 선보이되 명확한 스토리보다는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거론했다.

앞서 언급한 '미키마우스'나 '포켓몬스터'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원천 IP인 것과 달리 산리오의 캐릭터들은 필기구, 도시락통 등 일상적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 츠지 대표는 "산리오는 캐릭터들을 특정한 표상이라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옆에 있는 '친구'로 인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귀여움'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캐릭터 제작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토모쿠니 대표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되기 위해 피해야 할 범죄적 요소, 폭력적 요소를 담는 것은 금지"라며 "범죄나 폭력이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는 것으로 연상되는 동작 등 어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자세도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리오 틱톡에 게재된 헬로키티(왼쪽)과 쿠로미 실사형 콘텐츠를 캡처한 것. 사진=산리오 틱톡이미지 확대보기
산리오 틱톡에 게재된 헬로키티(왼쪽)과 쿠로미 실사형 콘텐츠를 캡처한 것. 사진=산리오 틱톡

업계 경력 60년이 넘은 산리오 역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토모쿠니 대표는 "산리오의 기본적인 비전은 유지하면서도 변화는 최대한 받아들이려 한다"며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산리오다운' 2D 일러스트를 넘어 3D 영상, 실사형 이미지까지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산리오는 2019년 워너브라더스와 '헬로키티 영화'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모두 활용한 하이브리드 영화로 나올 예정이다. 또 실사형 영상을 적극 활용한 산리오 공식 틱톡은 현재 31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으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리오는 이러한 컬래버레이션과 뉴미디어 정책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모쿠니 대표는 "지금의 산리오 캐릭터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또 손자와 손녀에게 사주고 싶은 콘텐츠"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세계 각지를 공략하며 실시간 소통 가능한 콘텐츠도 운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산리오의 자체 버튜버 '냥타지아'. 오는 12월 1일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진=산리오이미지 확대보기
산리오의 자체 버튜버 '냥타지아'. 오는 12월 1일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진=산리오

실시간 콘텐츠로는 앞서 언급한 틱톡 외에도 오는 12월 1일 자체적인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냥타지아' 론칭을 앞두고 있다. 토모쿠니 대표는 "버튜버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통해 '친구 같은 캐릭터'를 넘어 '버추얼 프렌드'로 자리잡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사이클'을 강조했다. 토모쿠니 대표는 "캐릭터 제작, 마케팅, 브랜딩, IP 라이선싱, 상품 유통 등 각각의 일이 따로 떨어지지 않고 하나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산리오의 핵심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사이클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리오·NCT 컬래버레이션 공식 이미지. 사진=산리오이미지 확대보기
산리오·NCT 컬래버레이션 공식 이미지. 사진=산리오

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는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토모쿠니 대표는 K팝 보이그룹 NCT와의 컬래버레이션, 홍대 테마공간 '헬로키티 카페' 등 한국과의 협업 사례를 예로 들며 "브랜딩은 물론 매출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한국 특유의 문화와 공간 장식 기술 등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케이팝이나 버튜버를 막론하고 한국 콘텐츠 기업들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단순히 일회성 컬래버레이션을 넘어 우리의 프로듀싱 역량, 비즈니스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보다 긴밀한 파트너십도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