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구글은 제미나이가 오픈AI의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강조하면서 제미나이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과연 제미나이가 챗GPT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2024년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2년 11월 조용히 출시된 챗GPT는, △질문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딱딱하고 제한적인 기계적 어휘만 구사하며 △답변의 정확도도 보장할 수 없던 기존의 챗봇들과 달리, 실제 사람이 응답하는 것처럼 질문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놀라게 했다.
순식간에 입소문을 탄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1월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고, 5월에는 18억 명으로 정점을 찍으며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10~20대 사용자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숏폼 SNS ‘틱톡’도 1억 이용자 돌파에 9개월이나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업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그 결과 챗GPT는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명사처럼 되었고, 이후 등장하는 각종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들의 기준점이자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구글이 이번 제미나이에 앞서 ‘타도 챗GPT’를 노리고 선보인 생성형 AI 챗봇 ‘바드(Bard)’는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첫 시연회에서 잘못된 답변으로 업계를 실망시키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도 폭락시키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바드는 공개 베타 서비스(3월)와 안정화 버전 출시(5월)를 거치며 성능과 기능 면에서 챗GPT를 많이 따라잡았지만, 이용자 수와 인지도 등에서는 여전히 챗GPT에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이 격차를 줄이고 싶은 구글이 차세대 AI 서비스로 선보인 제미나이에 거는 기대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생성형 AI의 핵심인 ‘언어모델’의 성능만 따지면 당연히 제미나이가 챗GPT보다 훨씬 우수하다. 현재 챗GPT 공개용 버전의 언어모델 ‘GPT-3.5’는 등장한 지 벌써 3년이나 된 구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꾸준한 학습과 업데이트로 성능이 개선되긴 했지만, 최신 기술과 데이터로 학습한 제미나이의 언어모델을 뛰어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챗GPT가 일일이 질문(프롬프트)을 텍스트로 입력하고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것과 달리, 제미나이는 사용자의 음성은 물론, 사진이나 이미지, 영상을 동시에 인식하고 즉시 처리 및 출력(답변)할 수 있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제미나이는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식으로 작동할 수 있어 편의성 면에서 월등히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미나이가 텍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입력을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 Modal)’ 방식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다만, 제미나이가 아무리 우수해도 당장 챗GPT를 넘어서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챗GPT가 지금도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유는 시장을 선점해 이미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앞서 선보인 ‘바드’도 챗GPT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제 막 선보인 ‘후발 주자’ 제미나이가 그 격차를 메우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제미나이가 챗GPT에 확실한 우위를 갖는 것도 무료 공개 버전에 한해서다.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는 기존 GPT-3.5보다 월등히 뛰어난 언어모델인 ‘GPT-4’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미나이와의 성능 격차가 대폭 줄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오픈AI는 지난 11월 6일 GPT-4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알려진 언어모델 ‘GPT-4 터보’를 공개했다. 구글이 AI 벤치마크에서 제미나이가 GPT-4보다 우수하다는 결과를 제시했지만, 그것도 이미 과거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오픈AI와 챗GPT가 지난 1년간 구축한 관련 생태계와 확보한 고객도 무시할 수 없다. 오픈AI의 최대 주주이자 최대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이미 다수의 고객사가 챗GPT와 GPT-4 모델을 자사의 생성형 AI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이제 막 공개된 제미나이는 고객사 확보는커녕 내년 초로 예정된 정식 서비스부터 준비해야 한다.
결국 제미나이가 챗GPT를 넘어서려면 현재 챗GPT에 없는 제미나이만의 장점(영상 인식 및 처리)을 구글이 얼마나 잘 홍보하고, 차별화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