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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만의 팬'은 없다…비스테이지가 찾은 팬덤 비즈니스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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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만의 팬'은 없다…비스테이지가 찾은 팬덤 비즈니스 해법

"e스포츠 팬덤 사업, 뮤지컬 팬과 닮은 면 있어"
단기적으론 스타에 의존…장기적 팬덤 형성 병행
멤버쉽·MD 등 폭 넓게 지원…해외도 적극 공략

서우석 비마이프렌즈 공동 대표가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비마이프렌즈이미지 확대보기
서우석 비마이프렌즈 공동 대표가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비마이프렌즈

"e스포츠 업계 분들과 처음 만났을 때 'T1조차 자신만의 팬덤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스타급 선수, 즉 프로게이머를 위한 팬심은 확고하지만 구단을 향한 팬심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양면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T1과 KT 롤스터, DRX, 농심 레드포스, 디플러스 기아 등 여러 e스포츠 구단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멤버십 기반 팬덤 플랫폼 '비스테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비마이프렌즈의 서우석 공동 대표가 20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비마이프렌즈는 2021년 2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서비스 '위버스' 개발진이 핵심이 돼 창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그룹 계열사 드림어스컴퍼니의 관계사로 CJ, GS 그룹 등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았다.

서울 강남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비마이프렌즈는 회사가 지난 3년 동안 거둔 성과와 향후 목표 등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주요 사업 분야에 있어서 '팬덤 문화'의 상징인 케이팝(K-Pop)과 더불어 e스포츠, 방송 콘텐츠 등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배성훈 비마이프렌즈 최고전략책임자(CSO)가 20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e스포츠 분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배성훈 비마이프렌즈 최고전략책임자(CSO)가 20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e스포츠 분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한국 e스포츠 씬에선 역사적으로 '복서' 임요환과 '문' 장재호, '무릎' 배재민, '페이커' 이상혁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탄생해왔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로 많은 구단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또한 공공연하다.

e스포츠의 사업화에 있어 큰 장벽 중 하나로는 구단이 아닌 선수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은 지역 기반 구단이 보편적이고 계약 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편인데 반해 e스포츠는 구단들의 기반 자체가 부족하고, 선수들의 이적도 쉽게 이뤄진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분석된다.

앞서 예시로 언급된 T1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대표하는 강호다. 이러한 성공과 인기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10년 넘게 같은 팀에 머물러온 것 또한 크게 작용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역사적으로 페이커의 라이벌로 꼽혔던 선수 중 상당수는 수차례 팀을 옮겨다녔다.
서우석 대표는 "e스포츠의 팬덤 비즈니스는 '투 트랙'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고 분석했다. 팬을 보유한 선수가 영입된 시점부터 단기간에 비즈니스를 펼치는 한편, 구단 자체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 또한 장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e스포츠와 비슷한 분야로 서 대표는 뮤지컬을 지목했다. 그는 "뮤지컬 팬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포인트는 주연 배우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뮤지컬 IP 자체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선 배우 외 뮤지컬 자체의 강점과 팬덤 형성도 필수적이며 e스포츠 구단 또한 이와 유사하다"고 평했다.

배성훈 비마이프렌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선수 개개인에 비해 약할지 몰라도, e스포츠 구단에 대한 팬심 또한 분명히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달리 보면 업계 전반적으로 비즈니스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비스테이지 또한 업계 전체와 함께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영 비마이프렌즈 공동 대표가 비스테이지 미디어 간담회에서 회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기영 비마이프렌즈 공동 대표가 비스테이지 미디어 간담회에서 회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비마이프렌즈가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 이기영 공동 대표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B2B(기업 간 비즈니스)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팬덤이 가진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이를 비즈니스로 옮기는 과정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팬들과의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며 "팬덤 비즈니스는 리스크가 있는 것을 넘어 리스크에 짓눌린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파트너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스테이지의 파트너 중 약 60%는 K팝 아티스트이며 나머지 40%는 e스포츠나 스포츠, 엔터테이너는 물론 '팬텀싱어' 등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분포해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넘어 미국과 일본 등을 거점으로 두고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해 서우석 대표는 구체적으로 "미국은 '팬클럽 성립'에 대한 니즈보단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한 데 모을 '허브'가 필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은 내수 시장에 집중적인 만큼 일본에서 세계로 진출, 해외에서 일본으로 진입하길 원하는 이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비스테이지는 중국어(간체·번체)와 스페인어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기영 대표는 "팬덤을 공략함에 있어 적지 않은 이들이 특정 분야, 지역, 플랫폼에 국한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비마이프렌즈는 모든 지역, 우주, 분야, 도메인에 걸쳐 팬덤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