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SKT 유심 해킹' 사태를 계기로 한 과열된 고객 유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 통신사 모두 과거 해킹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안 강화보다 마케팅에 무게를 두는 구조적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청사에서 열린 이통 3사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불안 마케팅을 자제하고, 보안 강화와 피해 대응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무 유통망에서는 여전히 고액 현금 지급, 자극적인 문구 등이 담긴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에 따르면, KT는 22일 "유심 변경 고민중이라면 요고!"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해당 문자에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 '요고40'을 기반으로, 24만 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 VIP 멤버십, 티빙 12개월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는 이례적인 혜택 정보가 담겨있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20일 발송한 고객 문자에서 "최근 SKT 관련 뉴스가 지속하는 상황"이라 언급하며, SKT·KT·알뜰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전액 지원을 강조하고 매장 방문을 유도했다. 해당 문자에는 구체적인 매장 주소와 함께 "불안함 속에 사용하지 말고 빠르게 이동하라"는 표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경쟁은 온라인에서도 치열하다.
LG유플러스 유심으로의 번호이동(MNP)을 유도하는 혜택성 마케팅이 '신유통몰'을 비롯한 다수 온라인 채널에서 포착됐다. 주식회사 글로리모바일은 "6만1천 원 요금제 6개월 유지 시 18만3천 원 현금 지급"을, 지티에스솔루션은 요금제 구간에 따라 최대 25만 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채널에서는 "용돈받고 유심 바꾸세요"라는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115K 이상 요금제 사용 시 사은품 25만 원 지급'이라는 문구가 노출됐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 각 사가 순간의 고객 확보에만 몰두하는 것은 업계 전반의 보안 리스크를 키우는 일"이라며 "이제는 마케팅 예산만큼이라도 보안 시스템에 재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LG유플러스 홍범식 사장은 지난 4월 말 "SKT 해킹을 마케팅에 이용하지 말라"고 유통망에 공식 지시한 바 있으며, KT 역시 이현석 부사장 명의로 '공포 마케팅 자제' 공문을 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