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터뷰] 티빙 '샤먼: 귀신전' 제작진 "귀신과 무당, OTT여서 가능했던 콘텐츠"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0

[인터뷰] 티빙 '샤먼: 귀신전' 제작진 "귀신과 무당, OTT여서 가능했던 콘텐츠"

굿과 점, 한국 샤머니즘을 이루는 '한 덩어리'
OTT 통해 '귀신'과 '무당' 사이의 '현상' 다뤘다
중요한 것은 사람, 그리고 굿이 가진 '치유 효과'

(좌측부터) 이민수 PD, 박민혁 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 CP. 사진=티빙이미지 확대보기
(좌측부터) 이민수 PD, 박민혁 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 CP. 사진=티빙
한국의 전통적 샤머니즘인 '무당'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파묘'를 시작으로 무당, 사주 전문가 등 점술가들의 연애를 다룬 '신들린연애' 등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가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온 모습이다.

여기에 무당 신드롬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일 티빙의 '샤먼: 귀신전'이 지난 11일 공개됐다. 귀(鬼)와 신(神)의 이야기를 다루는 총 8부작 다큐멘터리로 현재 4화까지 공개돼 있다. 오는 18일 남은 5~8화의 공개를 앞두고 '샤먼: 귀신전'을 만든 오정요 작가, 허진 CP, 박민혁 PD, 이민수 PD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약 2년의 제작 기간 동안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별한 7명의 실제 귀신 사례자, 6명의 무속인들에 대한 얘기를 비롯해,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을 수 있었다.

◇ 무당 검증, '굿'을 할 수 있는가…점은 부가적 요소
오정요 작가. 사진=티빙이미지 확대보기
오정요 작가. 사진=티빙

'샤먼: 귀신전'의 제작진들은 작 중에 등장할 무당들을 섭외하기에 앞서 '굿'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굿을 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기도를 올리는 무당인지의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살펴봤다는 것.

박민혁 PD는 "무당 중에 굿을 안 하는 사람도 많다. 소위 점사라고 해서 '점'을 보는 손님만 받는 무당들이 많았다. 무속인이라면 내가 모시고 있는 신을 즐겁게 해드리는 '진접굿'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본인이 모시는 신을 대접하는 굿거리를 해야 '무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요 작가는 "점을 보는 것과 굿이라고 하는 행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샤먼을 이루는 한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한국의 샤머니즘을 총체적으로 논하려면 굿을 빼고는 논할 수가 없는 거다. 현장에서 귀신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해결되는 장소가 '굿'이라면 점은 그것에 대한 진단이다. 그래서 저희는 '굿'을 중요하게 봤고, 굿을 제외하는 무당의 경우 (섭외에서) 논외로 했다"고 덧붙였다.

◇ 사례자 선별, '굿 중독'에 '정신질환' 등 촘촘히 걸러


사례자 선별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제작진들은 취재 과정에서 사례자 모집 공고를 내고, 제보를 통해 출연 의사를 밝힌 모든 지원자들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걸러진 사례자들의 수도 상당하다.

선별 과정에 있어 제작진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례자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는 건지, 아니면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인지를 세심하게 판단했다. 이민수 PD는 "저희가 사례자와의 미팅에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게 '병원에 가 봤는가'였다. 사연을 듣고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어도 정신과 쪽으로 가봐야 한다는 판단이 서는 분들도 계셨다. 이런 분들은 선별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굿 중독'을 겪고 있는 사례자도 있었다. 굿이라는 행위 자체에 심취해 이를 하나의 유희로 보는 사람, 어떻게든 굿을 받으려고 하는 사례자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제작진과 검증의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접촉한 이들이 현재 '샤먼: 귀신전'에 출연한 사례자들이다.

◇ OTT 플랫폼 특성 덕에 가능했던 기획

허진 CP. 사진=티빙이미지 확대보기
허진 CP. 사진=티빙

'샤먼: 귀신전'은 OTT라는 플랫폼 특성 덕에 선보일 수 있었다. 오정요 작가는 "접근 자체를 지상파와 다르게 할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기존의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무속'을 다뤘더라면 그걸 하나의 '한국 문화 현상'으로만 담을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정요 작가는 "무당의 의복, 굿의 절차 등 문화유산적인 측면으로의 접근만 가능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이성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만을 다뤘을 것이다. 그러나 샤먼: 귀신전에서는 정말로 귀신을 봤다는 사람을 담고 귀신과 무당 사이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소통하는 것을 대놓고 다뤘다. 이건 OTT라서 다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CP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게 되면 방송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 스토리와 멀어지게 되고, 작가의 말처럼 (한국 문화 현상) 위주로 기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지태·옥자연, 프레젠터 넣은 이유

4화까지 감상한 시청자들 의견 중 프레젠터의 존재에 대해 '이질감'을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통상적으로 한 명의 MC에 의해 진행하는 방식이 익숙할 대중에게 대본 없이 즉석으로 진행된 과정이 '어색할 수 있다'는 의견에 제작진들도 어느 정도 동감을 표했다.

다만 제작진은 프레젠터를 통해 취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의도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프레젠터가 때론 일반 시청자의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기도 했다. 박민혁 PD는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샤먼: 귀신전'에 매몰돼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프레젠터를 세워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선을 강조하자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이민수 PD, 박민혁 PD. 사진=티빙이미지 확대보기
이민수 PD, 박민혁 PD. 사진=티빙

샤먼: 귀신전 3화에서 로렐 켄달 인류학 박사는 "신과 조상, 영혼에 대해 믿든 믿지 않든 확실한 것은 (굿이) 효과적인 정신 치료였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오정연 작가 역시 샤먼: 귀신전은 귀신의 유무를 묻는 프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귀신을 보는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전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해결 또한 자신의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오정요 작가는 이와 같이 말하며 '귀신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의도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결국 프로그램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이란 얘기다.

오 작가는 "귀신이 정말 있나, 그걸 따지는 게 아니라 귀신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 사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를 어떻게 퇴치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샤먼: 귀신전'에 대해 설명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