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방송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고용 불안 실태조사 결과를 알리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
A씨의 발언대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OTT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야말로 콘텐츠 범람의 시기였고 3년여간 지속된 K콘텐츠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엔데믹에 접어들고 경쟁이 끝물에 다다르자 상황은 급변했다. 경쟁력이 부족한 OTT 플랫폼은 타사와 합병되거나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제작 환경도 급격하게 축소됐다. 제작이 무기한 중단되거나 콘텐츠 제작을 마쳤음에도 작품이 편성되지 못해 임금과 제작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A씨는 "방송 현장의 실업 사태는 작년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황을 이루던 몇 년 전의 '몇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해 재취업은 꿈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K콘텐츠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라도 콘텐츠 제작 규모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의 영향은 제작 스태프와 작가들에게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이 줄어들면서 배우들이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MBC 심야괴담회에서는 제작비 부족으로 인해 재연배우들 대신 AI 이미지를 삽입했다. 톱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예슬, 고현정, 오윤아, 이장우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김희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차장은 "방송미디어 산업이 급격히 팽창한 이후 침체로 돌아서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광고 매출 정체와 제작 예산 축소로 방송 미디어 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콘텐츠 제작 및 편성 규모의 축소는 방송 미디어 종사자와 제작사를 더욱더 열위에 놓이게 함으로써, 상호 생존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방송 미디어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산업 내 프리랜서, 위임, 도급 형태로 일하는 종사자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업급여 수급 조건 완화를 비롯한 사회보험 및 실업부조 지원책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방송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해 콘텐츠 제작 및 편성 규모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