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대학가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니라 교수들의 AI 사용이 도마에 올랐다.
포춘은 최근 대학 수업과 평가에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일부 학생들이 교수들의 AI 의존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강의안 작성이나 과제 채점, 수업 자료 구성에 AI를 사용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교육의 질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학생은 AI 쓰면 처벌, 교수는 몰래 사용”…형평성 논란
미국 교육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연간 1만7709달러(약 2453만원), 주 외 거주 공립대 기준으로는 2만8445달러(약 3938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고액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람에게 배워야 할 교육을 AI가 대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훌트국제경영대학원의 롭 앤서니 교수는 “교수들이 AI로 채점하는 것은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며 “학생들은 성적에 민감하지만 교수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교수는 채점을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이용한 자동 채점이 늘면서 모든 학생에게 거의 같은 피드백이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AI가 AI 채점”…교수보다 먼저 AI 쓴 학생들은 되레 피해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들의 AI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AI 활용은 여전히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포춘은 한 대학 조교 겸 재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조교는 “풀타임 학생이자 노동자로서 70~90편의 과제를 읽고 평가하는 것이 부담돼 챗GPT에 채점기준표와 우수 사례를 입력하고 채점을 맡겼다”고 밝혔다.
이 조교는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기는 했지만 “졸린 상태에서 90편을 일일이 읽기보다는 AI 채점이 효율적이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AI가 학점에 영향을 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AI가 작성한 논문을 AI가 직접 채점했을 때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조교는 “AI가 쓴 글을 다시 챗GPT에 넣어 채점해보니 정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 “AI 활용 밝히면 오히려 신뢰 회복”…투명성이 관건
일각에서는 AI를 활용하더라도 그 사용 목적과 방식을 학생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강의했던 론 마르티네즈 UFPR(브라질 파라나연방대) 교수는 “나는 슬라이드 이미지 생성에 AI를 쓴다고 학생들에게 미리 말한다”며 “교수의 생각이 주체임을 설명하면 학생들은 납득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AI를 ‘이중 채점자’로 활용해 채점 결과를 교차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르티네즈 교수는 “채점 기준을 AI에 입력해 결과를 비교했더니, 과소평가한 학생들이 있었다”며 “AI 피드백 덕분에 내 무의식적 편향을 인식하고 점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초기엔 AI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점점 스스로 아이디어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도 관찰된다고 한다. 앤서니 교수는 “처음에는 AI 때문에 교육이 무너질 것 같았다”며 “지금은 오히려 학생들이 더 흥미로운 생각을 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시간을 아껴주고 표현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아직 부정행위 유혹은 있지만, 학생들 역시 결국 우리가 가르치는 기술이 실제 인생에서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