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산업 현장서 활약 중
제도·윤리 아직 초기 단계
30일 '피지컬 AI' 협회 첫발
제도·윤리 아직 초기 단계
30일 '피지컬 AI' 협회 첫발

소프트웨어 속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이제 현실 공간을 누빈다. 로봇과 센서 등 물리적 장치와 하나로 결합된 형태의 '피지컬 AI(Physical AI)'가 제조업과 물류, 국방 등 산업의 자동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국내 첫 '피지컬 AI 협회' 창립을 위한 간담회가 예고되며 기술과 제도의 공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해온 기존 생성형 AI와 대비해 센서·모터 등 다양한 부품과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오프라인에서 지능을 구현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이해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피지컬 AI는 로봇과 센서, 액추에이터(작동장치) 등을 통해 AI가 공간과 직접 상호 작용하는 기술"이라면서 "단순 알고리즘을 넘어 움직이고 개입하는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이제 플랫폼 단계를 넘어 물성과 환경으로 진입 중"이라고 진단했다.
피지컬 AI는 국방·물류·제조·우주 등 다방면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AI 기반 전투 시뮬레이션과 병참 자동화를 도입했으며, 테슬라도 2021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개발에 피지컬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로봇이 실제 물리적 세상을 학습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N1.5'를 선보였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겨(Figure)는 AI가 의도를 파악해 집게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현재 창고형 로봇에 오픈AI의 언어모델을 탑재해 물류 자동화를 실현했다.
국내에서도 두산·한화 등 제조 대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 현장에 AI를 접목해 로봇 제어와 예지 보전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농기계 전문업체 대동 역시 피지컬AI 전환에 본격 착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온디바이스 AI 기반 트랙터를 공개했다. 향후 다기능 농업용 로봇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과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율작업 농기계와 농업 로봇에 최적화된 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IR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은 연평균 14.9%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해 2027년에는 4조5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의 빠른 확산에 비해 윤리와 정책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원은 "피지컬 AI는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크다"면서 "물리적 안전 기준과 AI 윤리를 아우르는 통합 규범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AI 기업 마음AI는 오는 30일 국회에서 '피지컬 AI 협회' 창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관련 생태계 조성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마음AI는 지난달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2025’에서 피지컬 AI를 주제로 안내로봇, 경비로봇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기술을 탑재해 선보였다. 차세대 AI 기반 4족 보행 자율 경비 로봇 'SORA(Surveillance & Observation Robotic Agent)'는 더 고도화돼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음성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회사 측은 "현재 홈 IoT부터 로보틱스까지, 클라우드 연결 없이 동작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탑재하며 피지컬AI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피지컬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설계돼야 한다"면서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기반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산업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AI를 "산업과 사회 전반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칭하며 AI 예산 확대와 GPU 5만 개 확보, AI 데이터센터 구축, 인재 양성 등을 포함한 'AI 대전환'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