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리뷰] CBT 나선 '테르비스', 기본에 충실한 무난한 맛

글로벌이코노믹

[리뷰] CBT 나선 '테르비스', 기본에 충실한 무난한 맛

자동 전투 기반 2D 서브컬처 RPG
평이한 스토리에 애니메이션적 연출
웹젠이 차기작 '테르비스'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개시했다.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웹젠이 차기작 '테르비스'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개시했다.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MMORPG '뮤 온라인' 시리즈로 명성을 쌓아온 웹젠이 장르 다각화 차원에서 서브컬처 RPG 자체 개발에 도전했다. 지스타를 통해 두 차례 전시됐던 차기작 '테르비스' 베타 테스트를 개시했다.

테르비스의 장르는 2D 서브컬처 수집형 RPG다. 스탠딩 CG와 텍스트, 영상 컷씬으로 구성된 대화형 스토리 구문과 반(半) 턴제형 자동 전투, 캐릭터 수집·육성 요소 등을 결합한 것으로 기존 장르 팬들에겐 익숙할 만한 게임이다.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떠나는 것으로 묘사된다. 정말이다.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떠나는 것으로 묘사된다. 정말이다.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스토리의 테마는 '이세계 판타지'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 소년이 이세계 '테르비스'의 여신의 선택을 받아 세계를 구하는 여정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트럭에 치이면 이세계로 간다'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의 유명한 밈을 그대로 오마주한 듯한 초반부가 눈에 띈다.

메인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신비로운 물체 '루체'를 훔쳐가려는 산적이나 마술사들 등 빌런 집단을 추적하며 이를 회수하는 내용들을 다룬다. 독특한 느낌의 오프닝 외에는 좋게 말하면 이해하기 쉽고 무난한, 역으로 말하면 '전형적이고 반전이 크지 않은' 스토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테르비스' 인게임 컷씬. 왼쪽부터 '레오', '도로시', '세실리아', '아우렐리아'.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테르비스' 인게임 컷씬. 왼쪽부터 '레오', '도로시', '세실리아', '아우렐리아'.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게임의 전반적인 연출이나 전투 컷씬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다. 감정 표현을 숨기는 쿨한 인상의 여 사제, 어린 나이에 마법사로 인정 받았지만 콤플렉스를 간직한 마법사, 쾌활함이 주무기인 여우 수인 상인 등 캐릭터들의 모습과 성격마저도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무리 없이 받아들일만 하다.

주인공의 역할이 부각되지만, 그러면서도 개별 캐릭터 간 인연도 또한 부각되는 스토리라는 점은 독특했다. 최근 서브컬처 RPG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주인공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주인공이 아닌 남성 캐릭터 '레오'가 여성 캐릭터 '세실리아'를 지켜주는 모습.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주인공이 아닌 남성 캐릭터 '레오'가 여성 캐릭터 '세실리아'를 지켜주는 모습.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전투는 평이한 편이다. 전열과 중열, 후열 3열로 나뉜 진영, 탱커·데미지 딜러·힐러·서포터로 4분화된 역할군, 불·물·바람·땅의 4속성에 맞춰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며 필요에 따라 최대 5인 파티를 구성해 전투에 나서는 방식이다. 자동 전투에 스킬 타이밍 배분 정도만 신경쓰면 되는 만큼 조작 난이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정 키워드 간 콤보가 발생하는 '체인 시스템'이 전략성을 부각한다. 대부분의 전투 스킬에는 캐릭터 본인 혹은 적 몬스터가 특정 상태에 처할 경우, 더욱 강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키워드가 겹치는 파티를 배치할 수록 더욱 강한 효과를 내는 구조로, 자동 전투 시 '체인 시스템'에 맞춰 스킬이 발동하도록 설계돼있어 파티 구성과 배치의 중요도가 높다.

'세실리아'의 애니메이션 스킬 컷씬.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세실리아'의 애니메이션 스킬 컷씬.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메인 스토리 전투 외에도 '금서관', '왕가의 보물창고', '잊혀진 신전', '지하 유적' 등 던전 모험형 콘텐츠는 물론 제전이란 탭에서 '아레나'와 '마수의 둥지', '꿈의 미궁' 등 많은 콘텐츠들이 준비됐다. 그러나 이들도 결국 기본적인 전투의 연장선으로 아주 독특한 기믹이나 전략성 등을 요구하진 않았다.

테르비스 베타 테스트 버전을 총평하자면 '무난한 2D 수집형 RPG'였다. 스토리와 캐릭터 디자인, 전투, 컷씬 연출, 플레이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익숙한 맛'을 내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즐길 만한 게임이다.

테르비스 인게임 전투 화면.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테르비스 인게임 전투 화면. 사진=테르비스 CBT 플레이 화면 캡처

다만 이러한 무난함이 자칫 '무색무취'로 작용할 우려 또한 있어 보인다. 애니메이션과의 유사성을 강조한 2D 수집형 RPG의 역사는 국내로 한정해도 2018년 출시된 '에픽세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이미 역사가 깊고, 서브컬처 팬들은 그간 수많은 유사 장르 게임들을 접해왔다.

시장에서 '롱 런'하는 서브컬처 RPG들을 살펴보면 올드 팬이 탄탄하게 구축된 IP를 원작으로 한 '페이트 그랜드 오더', 시장 내 최고 수준의 고품질 3D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끈 '원신'이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독특한 화풍과 스토리, 캐릭터로 팬덤을 구축한 '블루 아카이브'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있다.

전략성이 강조된 타워 디펜스란 독보적 플레이 경험을 내세운 '명일방주', 과감한 여성 캐릭터 표현으로 이용자들에게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타깃 이용자층은 확실히 공략한 '브라운더스트2'나 '로스트 소드' 등의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쟁작들을 상대하고자 한다면 테르비스에게도 보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보인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