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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크 레이더스, 시의적절하게 나온 '가벼운 익스트랙션 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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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크 레이더스, 시의적절하게 나온 '가벼운 익스트랙션 슈터'

넥슨 유럽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 신작
타격감·조작감 등 슈팅 게임 기본기 '탄탄'
공짜로 총기 지급…최대한 낮춘 진입 장벽
'아크 레이더스' 실제 플레이 중 로봇 '아크(ARC)'의 드론 개체 '와스프'를 사격하는 모습.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아크 레이더스' 실제 플레이 중 로봇 '아크(ARC)'의 드론 개체 '와스프'를 사격하는 모습.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

익스트랙션 슈터는 2020년대 들어 가장 '핫한'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장르의 선구자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지난 2017년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개시한 가운데 국내외 유수의 게임사들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 신작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의 유럽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지난 10월 30일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는 이러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 유행에서 높은 완성도와 낮은 진입 장벽을 내세워 장기 흥행의 발판을 닦고 있다.

출시 초반 이용자 지표는 긍정적이다.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최다 동시 접속자 수 35만4386명, 첫 주 주말인 11월 2일 기준 최다 동시 접속자 수 5위에 올랐다. 글로벌 매출 순위 1위, 지역별로 살펴봐도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등 각지에서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슈팅 게임에서 잠긴 문을 따는 것은 역시 '빠루'가 제격이다.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슈팅 게임에서 잠긴 문을 따는 것은 역시 '빠루'가 제격이다.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

기자가 팀원을 구해 함께 플레이해 본 아크 레이더스는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느낌을 줬다. 여러 방식으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총기들, 자유로운 좌우 시점 조정과 빠른 이동이 가능한 슬라이딩 등 편리한 조작, 무작정 부딪히면 어렵지만 약점을 공략하면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로봇 적 '아크'의 디자인 방식까지 3인칭 슈팅(TPS) 게임으로서 뼈대가 튼튼하다.
익스트랙션 슈터로서의 콘텐츠도 좋다. 별다른 끊김이 없고 심미적인 만족감도 있는 월드 탐험, '빠루'로 문을 따거나 특정 물체를 정해진 곳까지 옮긴 후 추가로 아이템을 얻는 등 다양한 파밍 방식, 아이템을 재료로 분해해 한데 모으는 등 '배낭 정리' 편의 기능, 로봇은 물론 적대적인 실제 인간 플레이어와도 만날 수 있다는 긴장감 등이 적절히 구현됐다.

게임 초반에 대형 아크 '리퍼'를 만나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했다.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게임 초반에 대형 아크 '리퍼'를 만나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했다.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

엠바크 스튜디오가 이와 같은 '기본기' 위에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은 '캐주얼함'이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기본적으로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게임이다. 장르의 원조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깐깐한 현실성 고증, 죽음에 따른 아이템 손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아크 레이더스를 플레이하며 눈에 띈 것은 '무료 로드아웃'의 존재다. 말 그대로 공짜로 전장에 입장하는 시스템인데 무작위로 최하급 총기와 붕대 등 일정 수준의 장비를 받고 전장에 뛰어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총 한 발 못 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한다.

게임의 서사적 분위기 또한 이러한 '캐주얼함'을 강조했다. 작중 배경 '스페란자'는 로봇에 의해 멸망 위기에 몰린 인간들의 쉼터라는 무거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거주민끼리 맥주를 나누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등 '사람 냄새'가 나는 곳으로 묘사된다. '매드맥스'나 '에이리언'처럼 비장미가 흐르는 세계관보단 '백 투 더 퓨처', '스타쉽 트루퍼스'와 같은 SF 활극에 가깝다.

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시네마틱 컷씬.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시네마틱 컷씬.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

엠바크 스튜디오가 내세운 '가벼운 익스트랙션 슈터' 전략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기존에 '쉬운 익스트랙션 슈터'를 내세운 게임들의 경우 진입 장벽 완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익스트랙션' 요소가 미약한 반쪽 짜리 게임으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잦았다. 아크 레이더스는 장르적 재미를 탄탄하게 쌓으면서도 진입 장벽은 최대한 낮춘 형태로 밸런스를 잘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스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인디 게임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브'와의 상호 호혜(互惠)도 기대된다. '덕코브'는 오리를 주인공으로 한 탑 뷰 슈팅 게임이다. '캐주얼한 익스트랙션 슈터'로서 스팀에서 2주 만에 판매량 200만 장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덕코브는 현재 온라인 모드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 아직은 '반쪽 짜리 익스트랙션 슈터'에 가깝다. 덕코브를 통해 장르에 처음 유입된 유저가 보다 '본격적인' 익스트랙션 슈터로 아크 레이더스에 눈을 돌리게 하는 유입 관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아크 레이더스 시작 시점에 선택할 수 있는 '무료 로드아웃'.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아크 레이더스 시작 시점에 선택할 수 있는 '무료 로드아웃'. 사진=아크 레이더스 인게임 화면 캡처

엠바크 스튜디오는 낮은 진입 장벽을 통해 끌어모은 유저들을 '장기 업데이트'로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개발진이 사전 공개한 2025년 로드맵을 살펴보면 신규 맵과 아크, 눈보라와 화염 등 새로운 자연환경 등의 업데이트가 예정돼있다.

버질 왓킨스 엠바크 스튜디오 디자인 디렉터는 출시 직전 간담회에서 "아크 레이더스는 10년을 바라보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아크 레이더스가 갖춘 장르적 기본기는 '10년 장수 게임'이 될 토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오래도록 사랑 받는 익스트랙션 슈터 명작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