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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포르쉐' 49명이 메르세데스 매장서 시위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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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포르쉐' 49명이 메르세데스 매장서 시위한 까닭은?

"대박 아니면 쪽박"…롤러코스터 타는 수입차 영업맨의 불안한 삶
[글로벌이코노믹 박관훈 기자]

"우리는 정년이 보장되면 안되나요?"


국내 최대 포르쉐 판매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이하 SSCL) 노조원 49명은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 앞에서 이달 들어 7번째 파업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파업 집회에서 노조원들은 사측인 SSCL에 부당해고·징계 철회와 노조 인정, 정년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단체협상안 수용을 요구했다.

포르쉐 영업맨인 그들이 시위 장소를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으로 택한 이유는 SSCL의 모기업인 레이싱홍 그룹의 본사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레이싱홍 그룹은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의 기업으로 한국 시장에서 한성자동차, 한성인베스트먼트, 포르쉐 판매딜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총 11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SSCL은 국내에서 포르쉐를 판매하는 딜러 3곳 중 가장 크다. 이곳의 판매사원 중 49명이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유는 사측의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수입차를 파는 영업사원 대부분은 기본급은 낮고, 판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최근 국내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인센티브 수입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는 게 상당수 딜러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SSCL 노조는 지난해부터 '기본급 지급', '인센티브 인하 반대' 등을 사측에 요구해왔다.

노사는 그동안 15차례에 걸쳐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런 과정 중에 사측이 지난 6월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4명을 영업방해나 개인비리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급 없이 수당만을 받아왔기 때문에 차가 안 팔리면 생활에 어려움이 컸다고 주장한다. 지난해까지는 기본급은 물론 주말근무수당, 연장근로수당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측이 차를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하면 월 40만원을 영업 직원에게 지급했는데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 받는 돈이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차를 못 팔아 월급으로 13만원을 받은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된 기본급이 주임/대리 120만원, 과장/차장 130만원, 부장 140만원이다. 회사는 차를 한 대도 못 판 영업사원에게도 기본급을 줬지만 다음달에 해당 영업사원이 차를 팔면 인센티브에서 전달에 지급한 기본급을 회수해갔다.

여기에 독일 포르쉐가 한국에 정식 법인인 포르쉐코리아로 출범하면서 판매사 마진이 줄었다는 이유로 사측이 영업직원들에게 40% 정도의 영업 인센티브를 삭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집회현장에서 만난 김창규 SSCL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보장, 휴일 수당 지급, 단체협상 체결 등의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며 "차 한 대를 더 팔려고 추석, 설날 연휴에도 매장을 지키는 사원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노조측의 주장에 사측인 SSCL의 입장은 어떨까. 사측의 설명은 노조측과 정반대다.

사측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포르쉐 판매 사원들의 지난해 평균임금은 8500만원이다. 더욱이 지난 7월만 해도 월 평균 수입이 1400만원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즉 영업사원들의 올해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수입차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조원 4명에 대한 징계조치 또한 노조 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내 성추행, 상표권 위반 등 중대한 범죄행위에 따른 적법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또 애당초 판매 사원들이 당사로 이직했던 이유가 비교적 낮은 기본급에 비해 타사 보다 현저히 높은 커미션을 지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커미션 체계를 고수하자고 주장한 것도 판매사원들이기에 이제 와서 마치 회사가 기본급을 악의적으로 책정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본인들보다 처우가 열악한 절대 다수 직원에 대한 배려심 없는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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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한 영업사원들 이야기는 또 달랐다. 영업사원들은 차를 팔기 위해 영업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고가의 선팅과 블랙박스, 액세서리 등의 비용도 그동안 모두 부담했다고 한다. 포르쉐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런 부수비용이 한 두 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영업사원들은 이거 떼고, 저거 떼고 나면 실제 소득은 회사 측이 주장한 것보다 훨씬 적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이미 내부적으로 차량 판매에 대한 고객 서비스 비용을 최대 50만원을 넘지 않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했던 SSCL 인천지점 소속의 한 노조원은 "우리 회사는 참 좋은 회사가 맞다"며 "다른 수입차 딜러들도 서로 오고 싶어하고, 그래서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 철새마냥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회사로부터 정년을 보장받고, 아이들 학비도 지원받고 싶다"며 "어느날 갑자기 해고당하고 않고, 장기근속 표창도 받고 정년퇴임 때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원 49명이 지난 27일 방배동 메르세데스-벤츠 매장 앞에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부당해고 및 징계 철회와 임금단체 협상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SSCL 노조는 지난해 6월 수입차 영업사원들이 만든 최초의 노조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SSCL 노조의 쟁의활동에 대한 수입차 업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수입차 딜러 대부분이 비슷한 고용형태와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이번 노사 갈등의 결과가 다른 판매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 설립 때부터 최근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갈등의 결과가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SSCL 노조는 노조원 해고와 관련된 사항을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로 구제 신청을 한 상태다. 조만간 지방 노동위원으로부터 판결이 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관훈 기자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