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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구광모, '황금알' 두산솔루스 쟁탈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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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구광모, '황금알' 두산솔루스 쟁탈전 나선다

유동성 위기속 알짜 ‘두산솔루스’ 뜨거운 감자로 등장
삼성·SK·LG, 배터리 소재 시장 선점 뛰어들지 주목
그룹별 사업 시너지 효과 검토?…아직은 ‘글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두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IT) 부품·소재업체 두산솔루스가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솔루스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에 삼성전자와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솔루스는 동박(얇은 구리판)·전지박(2차전지용 동박)과 바이오 소재 기업으로 두산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 위해 최근 사모펀드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사모펀드는 8000억~9000억 원을 제시한 두산솔루스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 매각이 경영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유동성 해결의 한 축인 만큼 두산으로선 매각 진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도 두산솔루스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산 알짜배기' 두산솔루스는 어떤 회사?


두산솔루스는 두산 지주사 ㈜두산에서 인적분할로 분리돼 지난 2019년 10월 재상장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배터리용 전지박 소재와 전자제품 회로기판용 동박 소재, 모바일·차량 패널용 디스플레이, 화장품·의약품 바이오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솔루스 전지박은 전기차배터리 등 2차전지 4대 핵심소재(음극재·양극재·분리막·전해질) 가운데 음극재 재료로 쓰인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지박은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대목이다. 두산솔루스는 60년간 동박 제조 노하우를 축적한 룩셈부르크 동박회사 서킷포일 룩셈부르크(CFL, Circuit Foil Luxembourg)를 2014년 인수한 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동박과 전지박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두산솔루스는 유럽내 배터리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점유율을 늘려 유럽 내 전지박 1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핵심재료인 전지박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용 전지박 시장은 2018년 1조5000억 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7배 이상 성장한 10조50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솔루스는 내년 하반기 목표로 헝가리에 1만 톤 규모 전지박 공장을 건설해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전지박 1만 톤은 전기자동차 43만대(34kWh 차량기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두산솔루스는 향후 전지박 생산량을 5만 톤으로 늘릴 방침이며 이에 따른 부지 확보를 끝냈다.

두산솔루스는 내년 상반기에 헝가리 전지박 공장을 준공해 내년 하반기에 매출액 3340억 원, 영업이익 420억 원을 달성할 방침이다.

◇배터리에 주력하는삼성·SK·LG...인수 깃발 누가 꽂나


현재 두산솔루스 인수 후보군 물망에 오르는 기업은 삼성, SK, LG 등이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이른바 '국내 배터리 삼총사'가 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두산솔루스 인수로 시너지 발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애초 2차전지 소재 업체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포스코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포스코는 최근 “인수합병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인수에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도 두산솔루스 인수에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의 인수 참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이 전자장비(전장)사업을 향후 그룹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자동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통해 사업에서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주도로 지난 2016년 9조 원을 들여 인수한 자동차 전장 세계 1위 업체 하만은 급성장하고 있다.

전장사업이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두산솔루스를 삼성SDI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최근 두산솔루스 매각 정보를 담은 투자안내문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동박·전지박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SK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SK는 지난해 6월 LS그룹 계열 산업기계 전문업체 LS엠트론에서 분사한 세계 1위 동박 생산업체 KCFT를 인수했다. 연간 3만 톤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KCFT 5공장이 2022년에 준공되면 연 4만 톤 이상 동박·전지박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가 두산솔루스가 추진 중인 헝가리 공장을 확보하면 헝가리에 공장이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폴란드의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특히 'M&A 승부사'로 불리는 최태원(60) 회장이 SK의 글로벌 영토를 넓히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에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LG그룹도 두산솔루스 투자안내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 LG화학은 동박 공급업체 KCFT가 SK로 넘어가면서 동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선택과 집중’ 기조로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는 구광모(42) 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통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기업들은 두산솔루스 인수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계획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만 매각이 본격화하면 치열한 인수전을 펼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이 원하는 만큼 인수가격을 얻어낼 수 있을 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