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논란 고개 숙여 사과, 4세 승계 여지도 차단
파기환송심 재판부 숙제 마무리… 재계 “파격적 내용” 평가
이 부회장 “가치 높이는 일만 집중, 새로운 삼성을 만들 것”
파기환송심 재판부 숙제 마무리… 재계 “파격적 내용” 평가
이 부회장 “가치 높이는 일만 집중, 새로운 삼성을 만들 것”
이미지 확대보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동조합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지난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으로 삼성의 공식 총수에 오른 지 2년 만의 일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이후 두 번째 대국민사과지만 총수로선 첫 공식 사과다.
이날 대국민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등에 이 부회장의 사과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승계문제에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며 향후 4세 경영권 승계 여지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를 주저해 왔다”면서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당장의 과거 경영권 승계 문제뿐 아니라 미래 경영권까지 거론한 것은 수년째 이어온 경영권 논란 이슈를 마무리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단호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대국민사과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민감한 내용에 대해 사과한 데 이어 자녀 승계 불가까지 거론한 것은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면서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는 첫 공판에서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총수 선언’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이날 대국민사과까지 재판부가 내준 숙제를 마무리한 셈으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를 비롯해 전향적입장을 밝힌 만큼 양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실태를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국민사과는 이 부회장의 의지를 재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재판부가 여러 가지 종합해서(양형을)판단하겠지만 이번 사과도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국민사과로 이 부회장의 ‘뉴 삼성’은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 말미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2~3개월에 거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과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 어려운 이웃 위해 나눔을 실천한 시민들을 보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기업인으로서 많은 것을 뒤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총수 3년 차를 맞이하며 대국민사과에서 언급한 ‘새로운 삼성’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 ‘뉴 삼성’ 기틀을 마련해 왔다. 이 부회장은 총수 지정 이후 가장 먼저 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했고, 10년간 이어진 반도체 백혈병 사태도 마무리 지었다. 이를 통해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 원칙도 폐기했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뿐만아니라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삼성의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 노력도 병행해 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여준 삼성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삼성 연수원을 병상으로 제공했고, 협력업체 등에 30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여기에 국내 마스크 부족이 지속되자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 생산량 증대 지원, 해외에서 확보한 마스크 33만 개를 기부해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그간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 3년 차를 시작점에서 발표된 대국민사과를 계기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