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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SK이노 '진흙탕 싸움'에 中 CATL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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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SK이노 '진흙탕 싸움'에 中 CATL만 웃었다

최대 배터리 고객사 폭스바겐, CATL '각형 배터리' 채택
LG에너지·SK이노는 '파우치형'…분쟁 영향 미친 듯
합의 대신 '사생결단' 택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 상실 우려 커

쩡위친 CATL 회장. 사진=CATL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쩡위친 CATL 회장. 사진=CATL 홈페이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는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자 '중국 왕서방만 좋은 일 시킨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 완성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파워데이(전기차 기술 설명회)에서 향후 각형 배터리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각형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주력으로 삼은 배터리 유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최근 각형 배터리를 중장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삼성SDI·SK이노)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최대 배터리 고객업체다. 폭스바겐이 중국 CATL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폭스바겐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전용 전기차 'ID.3'에 들어갈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납품 받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해 안정적인 수급이 불투명해졌다.

CATL이 폭스바겐의 중장기 파트너로 선정된 배경에 한국 배터리 제조사 간 분쟁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극심한 불화를 겪자 폭스바겐이 끝내 국내업체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24%다. 점유율 23.5%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이 0.5%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각형 배터리를 내세운 CATL이 한국 배터리 업체 간 소송을 틈타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폭스바겐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까지 내놨다. 폭스바겐은 파워데이 행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6곳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국내 배터리 3사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사생결단'으로 분쟁을 끝내겠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이 '합의 불가'로 입장을 정리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SK 측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공장 인수할 뜻까지 밝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