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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때문에 고물상 꺼리지만…'도시광산'으로 아주 그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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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때문에 고물상 꺼리지만…'도시광산'으로 아주 그만이죠"

대풍자원 이용율 사장
실패한 이들에게 자원사업 권유
월급주며 교육 1년 후 창업 지원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난 대풍자원 이용율 사장은 자원사업은 다시 쓰는 시대의 도시광산과 같다고 말한다.이미지 확대보기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난 대풍자원 이용율 사장은 "자원사업은 다시 쓰는 시대의 도시광산과 같다"고 말한다.
“자원사업(고물상)은 폐기물을 1g이라도 재활용할 수 있게 선별하는 도시광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폐기된 자원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발로 뛰면서 다시 쓰도록 골라내는 일이야말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사회 공적사업이기도 합니다.”

대풍자원 이용율 사장(63)은 “자원사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하지만 삶이 절박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용율 사장의 사업장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고봉로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약 970여평의 사업장에는 대형 집게 차량과 일반 트럭들이 고철과 재활용품들을 적재하느라 부산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림잡아 10여명이다. 외국인 근무자들도 눈에 띈다. 그리고 자원사업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는 2개의 팀이 별도의 장소에서 이용율 사장의 코치를 받고 있다.

대풍자원의 너른 마당에는 세상의 잡동사니는 다 모여 있다. 폐지, 고철, 플라스틱, 잡화 등이다. 근무자들은 너저분한 폐기물들을 예리한 눈과 익숙한 손놀림으로 일일이 가려내고 따로 모았다.

공간 한쪽에는 철강재 자투리와 각종 고철들이 집게차량에 의해 분류되었다. 그리고 사무실과 허리를 맞댄 공간에는 전자부품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회로기판을 수북이 모아 놓았다. 한마디로 부활의 현장이다.

“회로기판은 재생이 가능하고 금이나 은 성분만 빼낼 수도 있다”고 이용율 사장은 설명한다. 그는 굴러다니는 플라스틱조각을 줍더니 “이런 자원이 그냥 버려지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지만 재활용 시키는 순간 돈을 벌어다준다”고 웃었다.

이용율 사장의 한해 매출은 약 20억 원에 달한다. 그는 대풍자원이라는 번듯한 자원재생사업체를 만들고 파주에 아내와 딸이 거주하는 주거공간(아파트)을 만들기까지 숱한 실패와 고난의 세월을 건너야 했다. 그러나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긍정의 힘으로 오늘을 만들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학업을 이었다. 20세에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13년 동안 가설업무를 하다가 친지의 권유로 광고디자인 기획사를 차렸으나 1년 만에 실패했다. 뜬금없는 사업의 말로였다. 다시 통신과 토목을 겸한 하도급 단종면허를 취득하고 전선 가설업을 운영했다.
10년 만에 자리를 잡을 즈음 공사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하는 인사사고가 발생했다. 약 2억 원 정도의 부채를 안게 되었다. 이 사고 후유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두 번째 사업의 실패였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070파워콤 관련 사업이었다. 가정내 유선망설치(IPTV)를 주업으로 했다.

사업은 잘 풀렸다. 그때 주위에서 필리핀 섬에 철탑을 설치하는 유망한 사업이 있다면서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통신 가설은 그의 특기였으니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마닐라에 현지고용인을 두고 필리핀 현지에 통신업체를 차렸으나 한국과 필리핀에서의 사업병행은 점점 힘들어졌다. 언어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2년 동안 4억 원을 투자했으나 지지부진했다. 시간이 갈수록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는 미련 때문에 그동안 모았던 자금을 모두 소진시키고 말았다. 남은 건 빈손이었다. 세 번의 사업 모두 실패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고봉로 대로변에 위치한 대풍자원 사업장. 너른 마당에는 폐지, 고철, 플라스틱, 잡화 등이 쌓여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고봉로 대로변에 위치한 대풍자원 사업장. 너른 마당에는 폐지, 고철, 플라스틱, 잡화 등이 쌓여 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위해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 4500원이었다. 어느 날 야간에 1t 차량에 파지를 넘치게 싣고 온 운전자와 대화를 나눴다. 아주머니였다. “해 볼만 하다. 집도 샀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 천둥처럼 들렸다. 이용율 사장이 자원사업을 하게 된 변곡점이었다.

“레토나 지프차를 구입하고 박스를 직접 수거했지요. 고철, 플라스틱 등 고물상 자원이 될 만 한 것들을 모두 수거했어요. 하루 15~20만 원의 수입이 되는 겁니다. 3개월쯤 골목길을 뒤집다가 벼룩시장에 광고를 냈어요. 재활용품이면 무엇이든지 방문 수거한다고요. 주문이 폭발적이었어요” 이용율 사장의 재활용 사업은 처음부터 활력이 넘쳤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 3명을 두고 방문 수거에 전념했다. 직원들 급여를 주고도 약 1000여만 원의 수익이 되었다.

일산 설문동에는 이용율 사장이 운영하는 중고품 매장도 있다. 냉장고, 세탁기, 의류명품 등을 취급한다. 이 사업은 한 가지 사업을 하면서 다음에는 뭘 할까를 미리 준비하는 이용율 사장의 습관과도 같은 준비성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대풍자원은 마일리지 제도를 적용합니다. 100만 원을 거래하면 3만 원을 보너스로 되돌려주는 3% 마일리지 제도입니다.” 이용율 사장의 아이디어는 많은 고정고객을 확보하게 했다. “사업장에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은 대부분 40~60대입니다. 고객이 곧 자원재활용을 직접 실천하는 동반자인 셈이죠. 휴일에 운동삼아 재활용품을 가져오시는 고객들도 의외로 많다”고 이용율 사장은 말한다.

이용율 사장이 자원재생사업은 인생 2막을 새롭게 꾸려갈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이용율 사장이 "자원재생사업은 인생 2막을 새롭게 꾸려갈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재생사업은 인생 2막을 새롭게 꾸려갈 수 있는 좋은 사업입니다. 삶이 절박한 분들을 뽑고 있습니다. 벼룩시장에 광고도 냈어요. 월급을 주면서 현장에서 실습도 하고 교육을 시켜서 1년이나 2년 만에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용율 사장의 미래 설계는 자원재생 사업의 클러스트를 구성하는 것이다.

세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은 긍정적 마인드는 이용율 사장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실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가 이뤄낸 자원사업의 효용성과 가치를 널리 권유하고 있다.

“자, 일어서세요. 월급도 드리겠습니다. 다만, 자원사업을 구차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성공과 실패는 생각의 차이입니다.” 이용율 사장은 자원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그의 사업장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탄소중립이 화두인 시대에 자원 재활용 사업은 가치 재창출의 으뜸”이라고 이용율 사장은 강조한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