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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동계 올림픽 편파판정도 삼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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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동계 올림픽 편파판정도 삼성 탓?

“베이징 올림픽 편파판정에는 삼성의 지원 중단 책임도 있다”
주장하는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다수 국민들 당혹
과거 남북 올림픽 유치위해 삼성 스폰 재계약 필요성 주장키도
매사를 기업에 탓 돌리는 정치권의 잘못 된 시각 바로 잡아야
박병석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 미디어센터(MMC)를 찾아 한국 취재진과의 차담회에 앞서 센터 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박병석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 미디어센터(MMC)를 찾아 한국 취재진과의 차담회에 앞서 센터 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잘 되면 대통령 덕분, 못 되면 삼성 탓.”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공식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듯하다. 재벌, 특히 삼성에 대한 정치권의 반감은 도무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숭고한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정치적 체제 과시 도구로 이용되면서 편파 판정 문제까지 이슈화되자, 혹시나 했던 삼성전자가 역시나 정치권에서 언급되었다. 여당 소속 현역 A 국회의원이 지난 9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 전체 문맥으로 본다면 오해가 발생할 수 있고, 다음날 안 의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결국 국민이 느끼기에는 – ‘삼성 탓’을 했다. 발언의 요점은 이렇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딴 대부분이 빙상종목, 쇼트트랙이었다. 삼성은 대한빙상연맹을 1997년부터 20년 동안 지원을 해 왔다. 삼성이 회장사가 돼 지원을 200억원, 300억원 해 우리 선수 수준을 국제 수준으로 올린 그런 역할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이후에 삼성이 스포츠에서 손을 뺐다. 그러면서 지난 4, 5년 동안에 한국 빙상계가 공백기를 맞게 됐다. 삼성이 영향을 미치던 국제빙상연맹과 IOC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다. 그 결과가 편파 판정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에 대한 연맹 지원이 부족하니까 선수들 경기력도 저하됐고 (중국 감독으로 간) 김선태와 같은 유능한 지도자들이 국내에서는 비전 없으니까 해외로 빠져나가게 됐다. 삼성이 회장사를 맡던 당시의 여러 이점이 모두 사라져 빙상 강국 이미지 역시 쇠퇴했다.” 국정농단 사태 후 삼성의 사업의 스포츠 지원 사업을 질타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의도야 어쨌건 이번 발언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A 의원이 올림픽 문제를 삼성과 엮어서 발언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정부는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한이 공동 개최하기로 하고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였다. 마침 삼성전자는 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때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IOC 무선통신 분야 최고등급 스폰서(TOP·The Olympic Partner)로서 후원하게 돼 있었다. 공식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과거와 달리 올림픽 마케팅 효과가 높지 않다고 보고 연장 포기 쪽으로 무게를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 의원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가 올림픽 후원사 자격을 연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으로 (남북공동) 올림픽 개최까지 여러 번의 골든타임을 거치게 될 텐데, 첫 번째 골든타임은 이번 주 삼성이 (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다”라고 말했다. A 의원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자 당에서는 남북문화체육협력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남북공동올림픽 개최 논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 위치에 있던 그가 삼성이 스폰서 계약을 포기하고,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가 무산되면 삼성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삼성이 1996년부터 해마다 1억달러씩을 IOC에 지원한 최대 메인 스폰서다. 그런데 삼성은 2020년까지만 이 협찬을 하겠다, 그렇게 내부적으로 제가 알기로 이미 2016년도에 내부적인 방침을 굳혔다. 지난 9월에 평양 선언에서 양국 정상이 2032년 공동 올림픽을 합의했는데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동 올림픽을 삼성이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삼성의 고민은 이 2020년까지 하기로 한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말 건지 그런 고민에 빠져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처지에서는 이제 TV나 냉장고에서 반도체로 주력 업종이 넘어간 형국에서 마케팅, 홍보가 필요 없을 것이다. 이번 주까지 이 문제를 IOC에 통보를 해줘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삼성이 메인 스폰서로서 계속할지 말지에 관한 결정이 이번 주에 어떻게 결정이 되느냐가 앞으로 올림픽 유치에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요소다)”이라고 했다.

A 의원의 발언이 있었던 직후 삼성전자는 IOC와 스폰서 계약을 연장했다.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만약, 당시 삼성전자가 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해지했더라면 어땠을까. 2018년 당시 개최를 눈앞에 둔 올림픽은 하계는 일본 도쿄, 동계는 중국 베이징이었다. 삼성전자도 계산해 보니 수지에 맞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회 규모는 대폭 축소됐고, 정치적 이슈 때문에 대회에 관한 관심은 선수들의 선전만 빼면, 흑백선전의 장으로 전락해 마케팅에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있다.

A 의원의 잘못을 뭐라 하자는 게 아니다. 그가 총대를 멨을 뿐, 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대부분 이렇다는 걸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길래 이런 탓 공방에 휘말린 걸까.

삼성전자도 그렇거니와, 지금 한창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삼성 지원이 없어 경기력이 저하됐다며, 사기를 떨어뜨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국가대표는 국가를 대표하지, 삼성을 대표하는 게 아닐 텐데, 경기력 저하는 정부의 무능 때문이 아닐까. 삼성이라는 한 기업에 국가 체육 정책이 이렇게 많이 의존했던 것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좀 더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중히 발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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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산업부장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