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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과 통합론 다시 띄운 손경식 경총 회장…3연임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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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과 통합론 다시 띄운 손경식 경총 회장…3연임 유력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 돼야” 강조
노동3법 등 통과시 힘 못써…미흡한 경제단체 위상 한계에
대한상의와 함께 경영계 대표하는 양대 단체 필요성 대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이 1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경총이미지 확대보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이 1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경총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의 통합 필요성을 1년 만에 다시 재기했다. 3연임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차기 임기 내에 전경련과의 통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 회장은 1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 경제단체는 있지만, ‘우리나라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끌어갈지'에 대해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면서,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 두 개를 통합해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초 통합론을 처음으로 꺼냈으며, 경총 내에서 방법론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이 전경련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등 자산과 사무국 직원 및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진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모으는 것이다. 이후 손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을 역설했고, 올해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말 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에 이어 작년 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연이어 통과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는 불만이 터진 직후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박용만 전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이하는 등 정부의 대화 파트너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는 반면,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그룹이 회원을 탙퇴하며 기능을 상실했고, 경총도 친 노동계 성향인 문재인 정부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양 단체의 통합은 재계라는 한 뿌리에서 파생된 기능을 다시 통합해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또한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어느 후보가 되었건 간에 전경련의 미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나오는 것도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경련이 탄생시킨 경총, 성사시 52년 만에 재회


손 회장의 바람이 실현 된다면, 전경련과 경총은 독립한 지 52년 만에 한 식구가 된다.

전경련은 1962년 경총 설립을 위한 준비에 나섰고, 이듬해 후반 모체가 되는 '노무관리실무자 간담회'를 운영하기 히작했다. 이후 전경련은 스웨덴 노사관계 모델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경제사절단을 파견, 현지에서 스웨덴경영자총연합회를 접했다.

1969년 10월 전경련 이사회는 노사담당 별도기구 창립을 의결했고, 1970년 7월 15일 한국경영자협의회로 출범했다. 이후 1974년에는 한국경영자협회로 개칭했고, 1981년 지금의 경총으로 거듭났다. 전경련이 재계와 산업 정책 전반을 다루다 보니, 노무 문제는 모든 분야의 하나로 대두되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노동조합 등 노동계 단체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이에 경영계 차원에서 노무 문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인 단체인 경총을 만들게 된 것이다.

뿌리는 같아 통합에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반백년 넘게 별개의 조직으로 지내왔다는 점에서는 과정이 쉽지 않다. 당장 경총으로의 흡수통합을 전경련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 영향으로 영향력이 떨어졌으나 어쨌건 국내 경제단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위상을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회원사로 남아있는 그룹 총수들의 마음이 움직여야 할텐데, 재계 원로격인 손 회장의 제안 후 1년이 넘도록 전경련이 특별한 반응을 내지 않는 이유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입김이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시 삼성·현대차·SK·LG 회원 복귀 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으로의 흡수합병은 전경련 부활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2016년 12월 12월 6일 국회의서 얼린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에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6명이 전경련 해체를 반대한다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고 기부금 출연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도 역시 전경련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언급한 만큼, 이를 번복하고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할 경우 부담감이 크다.

반면, 4대 그룹은 경총 회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전경련과 통합한다면 자연스럽게 회원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상공인들의 중심이 된 대한상의와 함께 경영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경총 통합단체 등 양대 경제단체로 재편되어 정부, 이해단체와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정책 협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단체의 권력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통합 단체의 지향점을 ‘한국판 해리티지 재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과 같이 우리나라 미래를 밝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경제단체 두 개를 통합해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티지 재단은 1973년 설립된 이후 미국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대표적 학술·연구기관으로 미국 내외경제, 대외정책 및 국방, 유엔, 아시아 등 4개 분야의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재단이다. 미 공화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으로서 민주당의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미국을 이해하는 미국의 양대 전문 연구소로 꼽힌다.

전경련의 해리티지 재단으로 변화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구본무 회장이었다. 그는 2016년 국정조사특위에서 “전경련은 기업의 친목 단체로써 한국의 헤리티지로 남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전경련은 조직 변화를 모색했으나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철저히 외면 받으며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변화에 맞춰 경제단체도 새로워져야


결국 총수들이 나서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전경련이나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회장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인물난을 겪으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며, 경제단체도 회장 세대교체의 길을 열었다.

그동안 제조업 사업장 위주로 노사문제가 부각되어 왔으면, MZ세대가 사회 전면에 부상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와 서비스 업종 등 새로운 분야에서 경험하지 못한 노사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경총의 업무 시스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를 해야 하며, 전경련도 새로운 세대가 키를 잡은 경영계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산업정첵과 노무정책도 결국 하나의 큰 구조에서 다뤄야 하는 만큼 양 단체가 통합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의 무용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의 구조는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큰 논의는 재계 맏형 격인 손 회장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경총은 오는 22일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안건을 논의한다. 사실상 손 회장 3연임을 위한 절차로, 유력하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으며 이후 2018년 임기 2년의 경총 회장에 취임했다.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에 또 다시 연임하면 세 번째 임기를 맡게 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