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LG '고객가치 경영' 위해 고객마음까지 연구한다

공유
1

LG '고객가치 경영' 위해 고객마음까지 연구한다

기업고객 많은 LG화학, CS캠퍼스 통해 고객사 고민 해결 나서
LG전자, LSR연구소 통해 소비자들 연구한 '트렌드리포트' 발표

LG화학은 '고객가치 경영'을 위해 고객사들을 위한 CS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오산의 LG화학 CS캠퍼스 전경. 사진=LG화학이미지 확대보기
LG화학은 '고객가치 경영'을 위해 고객사들을 위한 CS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오산의 LG화학 CS캠퍼스 전경. 사진=LG화학
LG가 '고객가치 실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LG에 따르면 LG전자와 LG화학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은 고객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산하 연구센터가 직접 고객 및 트렌드 연구에 나서는 등 고객가치 실천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고객가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고객이 많은 LG화학은 올해를 '고객의 해'로 선포하고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고객가치를 혁신해 고객의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석유화학 분야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데 더해 첨단 기술력을 활용한 시장 개척까지 돕는 전문 조직 ‘CS(Customer Solution)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LG화학 CS 캠퍼스는 250여명에 달하는 국내외 전문인력들이 매년 200건 이상의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기술지원을 받는 고객사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5000여곳에 달할 정도다.

신학철 부회장 등 LG화학 경영진도 고객 지원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 유럽을 잇는 전 세계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하고, 내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CS센터를 완공해 2025년에는 국내외 전문인력을 400여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LG화학의 대(對)고객 전문 조직인 CS캠퍼스는 고객사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는 마케팅 사고와 생산공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춘 ‘테크니컬마케터’를 지향하고 있다.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사항)'를 해결함하고, 협력사와 상생 경영을 위해 다양한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 설립 이후 2200여명의 고객사와 협력사 임직원이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고객사의 골칫거리를 해소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기도 한다. 실제 CS캠퍼스는 LG화학에서 가소제(벽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첨가제)를 구매하는 한 벽지 제조사가 황변 현상으로 매년 수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가소제에 대한 실험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포장 비닐에 포함된 산화방지제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서 내부 벽지 색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포장지 제조와 창고 관리 과정에 해당 결과를 반영했고, 지난해 해당 벽지 제조사의 황변 불만접수는 0건이 됐다.

또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 예측을 통해 기저귀 제조사들에 새로운 신소재를 제안해 고객사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LG화학 CS캠퍼스는 기저귀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객사들에 친환경 고흡수성수지(SAP, Super Absorbent Polymer)를 신제품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기저귀 제조사들이 SAP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에 앞서 한 달간 300여개의 기저귀 SAP를 구해와 성능분석과 소재 비교 등에 나섰고, 국내는 물론, 미국과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 사용하는 제품까지 동원해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친환경 SAP를 기저귀 제품들은 유아용품 시장에서 대박을 치기도 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산하의 LSR연구소는 물과 얼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그란 구(球)형 얼음 제조기인 '크래프트 아이스 냉장고'를 제안했고, 그 결과 빅히트상품인 '디오스오브제콜렉션'가 탄생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산하의 LSR연구소는 물과 얼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그란 구(球)형 얼음 제조기인 '크래프트 아이스 냉장고'를 제안했고, 그 결과 빅히트상품인 '디오스오브제콜렉션'가 탄생했다. 사진=LG전자


반면 LG전자는 LG화학과 달리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이에 혁신적인 제품을 통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함으로써 고객경험을 통한 고객가치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디자인경영센터 산하 LSR(Life Soft Research)실을 LSR연구소로 격상하고, 고객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사업에 기여한 권혁진 LSR연구소장을 상무로 발탁하는 등 미래 트렌드와 고객 중심의 사업 인사이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고객가치 경영의 중심으로 떠오른 LSR연구소는 1989년 설립 이후 제품이 아닌 고객만을 연구해 온 조직으로 새로운 생활 습관, 감성, 취향 등 고객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얻은 통찰을 상품기획 및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생활 방식 및 시장 트렌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LG전자의 제품 콘셉트 및 사업 방향을 제안하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채우는 것을 넘어 고객이 아직 느끼지 못하는 숨은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LSR연구소는 한국, 미국, 독일의 물과 얼음에 대한 고객생활 연구를 통해 집에서 홈 바(bar)를 꾸미고 위스키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고객들을 위한 동그란 구(球)형 얼음을 제조기인 ‘크래프트 아이스 냉장고’ 제작을 제안했다.

이후 크래프트 아이스 기능을 탑재한 ‘LG디오스오브제콜렉션’ 냉장고는 지난달 판매된 LG전자 얼음정수기 냉장고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고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고객들을 연구해 공기순환을 돕는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에 팬 형태의 ‘클린부스터’를 접목한 상품도 기획했다. 클린부스터는 실내 공기가 최대거리 7.5m, 최대 24% 더 빠르게 순환시킨다.

그 결과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단순한 공기 청정 기능을 넘어 공기순환의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고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LSR연구소 연구원들은 고객의 잠재적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식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다양한 공유주거 브랜드에 입주하여 석 달간 살아보면서 MZ세대의 주거에 대한 의식과 상품/서비스 이용 행태 변화를 심도있게 관찰한 '공유주거 에스노그라피(Co-Living Ethnography)'가 대표적이다.

LG전자 디오스오브제콜렉션 얼음정수 냉장고는 크래프트아이스 기능을 통해 동그란 형태의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디오스오브제콜렉션 얼음정수 냉장고는 크래프트아이스 기능을 통해 동그란 형태의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사진=LG전자


그 결과 LSR연구소는 매년 LG전자 소셜 매거진 'LiVE LG'에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0년 말에는 뉴노멀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인포테라피 ▲초대면 소통 ▲배타적 경험 구역 ▲스페이스 온앤오프 ▲소비하지 않는 소비 등의 다섯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한 ‘2021 트렌드 리포트’ 시리즈를 발표해 산업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필요(Needs), 욕구(Wants)의 시대를 넘어 욕망(Desire)이 중요해진 시대의 고객 트렌드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쇼퍼 ▲의미 메이커스 ▲럭셔리액티비스트 등을 분석해 '2022 트렌드 리포트'로 공개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