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 ECP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을 말한다. 물산은 건설과 SOC(사회간접자본) 등 토목 프로젝트를 주로 하며, 중공업은 선박과 해상 플랜트를 담당하고, 엔지니어링은 육상 플랜트 등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이에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이 이뤄내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로 조직간, 계열사 간 벽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자신이 직접 분야가 전혀 다른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업종간 융합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등 국내 6개 사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등이 한국-말레이시아 간 탄소 포집-운송-저장 사업인 셰퍼드CCS(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Shepherd CCS Project)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함께 참여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사업장 공사에 EPC 3사가 참여했지만, 양사가 특정 해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할 때 삼성물산 상사 부문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은 있으나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업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은 그동안 없었다”고 설명했다.
첫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는 EPC 3사가 협업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EPC 3사는 각사별로 진행하던 기술 공모전을 통합해 혁신 기술 발굴 및 상생 협력을 위한 ‘스마트 & 그린 투게더 콘테크 공모전(2022 SMART & GREEN TOGETHER ConTech)’을 지난해 처음 연데 이어 올해에도 진행하고 있다. EPC 사업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학(원), 연구기관 등을 발굴해 기술 사업화와 공동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작년 행사에서는 총 36건의 우수 기술을 선정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많은 기술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모전 주관사인 삼성중공업 측은 “사업화 가능성이 큰 혁신 기술은 삼성 EPC 3사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폭넓게 검토·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EPC 계열사가 수십 년 동안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었지만, 함께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일 만큼 보이지 않는 벽이 높고 강건했다”라면서, “이 부회장이 비전을 제시해 각자 앞만 보고 달리는 계열사들이 함께 손을 잡으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사업의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으로써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