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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사일로 허물기’에 삼성 EPC 3사 협업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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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사일로 허물기’에 삼성 EPC 3사 협업 성과

중공업‧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CCS 프로젝트 함께 참여 ‘처음’
각사별로 개최한 기술공모전 통합,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
이 부회장 비전 제시 통해 융합 강조, 전자‧금융이어 점차 확대

지난 2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서 열린 셰퍼드CCS 프로젝트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인철 롯데케미칼 친환경경영부분장 상무, 박천홍 삼성엔지니어링 솔루션사업본부장 부사장, 아디프 줄키플리 페트로나스 업스트림부문 사장, 엠리 히샴 유소프 탄소관리사업부문장, 한영주 SK어스온 테크센터장, 이승훈 GS에너지 수소신사업개발부문장 상무, (뒤쪽 왼쪽부터) 홍정희 SK에너지 에너지넷제로실장, 김진모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 상무. 사진=삼성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서 열린 셰퍼드CCS 프로젝트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인철 롯데케미칼 친환경경영부분장 상무, 박천홍 삼성엔지니어링 솔루션사업본부장 부사장, 아디프 줄키플리 페트로나스 업스트림부문 사장, 엠리 히샴 유소프 탄소관리사업부문장, 한영주 SK어스온 테크센터장, 이승훈 GS에너지 수소신사업개발부문장 상무, (뒤쪽 왼쪽부터) 홍정희 SK에너지 에너지넷제로실장, 김진모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 상무. 사진=삼성중공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뉴 삼성’의 핵심인 계열사 간 융합이 EPC(설계‧조달‧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플랜트‧중공업 계열사들로 확장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 내 ECP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을 말한다. 물산은 건설과 SOC(사회간접자본) 등 토목 프로젝트를 주로 하며, 중공업은 선박과 해상 플랜트를 담당하고, 엔지니어링은 육상 플랜트 등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각사마다 사업 모델의 차이가 있으나, 일단 뭔가를 짓고, 건설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사업 협력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삼성도 곡물을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원통형 창고처럼 부서 외부와는 담을 쌓고 교류하지 않는 ‘사일로 효과’가 굳어 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이에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이 이뤄내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로 조직간, 계열사 간 벽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자신이 직접 분야가 전혀 다른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업종간 융합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등 국내 6개 사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등이 한국-말레이시아 간 탄소 포집-운송-저장 사업인 셰퍼드CCS(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Shepherd CCS Project)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함께 참여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사업장 공사에 EPC 3사가 참여했지만, 양사가 특정 해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할 때 삼성물산 상사 부문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은 있으나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업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은 그동안 없었다”고 설명했다.

첫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는 EPC 3사가 협업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EPC 3사는 각사별로 진행하던 기술 공모전을 통합해 혁신 기술 발굴 및 상생 협력을 위한 ‘스마트 & 그린 투게더 콘테크 공모전(2022 SMART & GREEN TOGETHER ConTech)’을 지난해 처음 연데 이어 올해에도 진행하고 있다. EPC 사업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학(원), 연구기관 등을 발굴해 기술 사업화와 공동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작년 행사에서는 총 36건의 우수 기술을 선정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많은 기술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모전 주관사인 삼성중공업 측은 “사업화 가능성이 큰 혁신 기술은 삼성 EPC 3사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폭넓게 검토·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전자 부문과 금융 부문 계열사 간 융합의 성과를 이업종간 협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EPC 3사의 제휴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진행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EPC 계열사가 수십 년 동안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었지만, 함께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일 만큼 보이지 않는 벽이 높고 강건했다”라면서, “이 부회장이 비전을 제시해 각자 앞만 보고 달리는 계열사들이 함께 손을 잡으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사업의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으로써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