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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이겨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2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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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이겨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20주기

한진그룹, 17일 기념행사 없이 선영 참배로 조용히
‘수송보국’ 신조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으로 키워내
고(故)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사진=한진그룹이미지 확대보기
고(故)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사진=한진그룹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신조로 한진그룹을 세계 최초로 육‧해‧공 물류 서비스와 조선‧항공 제조까지 결합한 종합물류기업으로 만든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창업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스무 해를 맞았다.

1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오는 17일 고인의 20주기 기일을 맞아 이날 장손인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그룹 계열사 사장단 등 임직원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기념행사도 검토했으나 최근 경기 부진 등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조용히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20년 고인의 탄생 100주년에도 한진그룹은 선영에서 추모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생전 “이 세상에 길을 여는 것이 평생의 내 사업이었고 그 후엔 내가 개척한 길을 더욱 넓히고 발전시키는 기간이었다”라고 했던 조 창업 회장은 교통과 수송은 인체의 혈관처럼 정치·경제·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수송으로 국가의 산업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선구적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45년 11월 인천에서 트럭 한 대를 갖고 한진상사를 창업한 이후 1969년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 대한항공을 설립하면서 국내 민간항공사의 역사를 시작했다.
이후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을 잇달아 탄생시키며 한진그룹을 육·해·공 종합 물류기업으로 육성하며 한진을 재계 13위의 그룹으로 발돋움시켰다. 그룹의 주력기업인 대한항공은 조 창업 회장 때부터 물류 사업 경쟁자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기로 하고 한국과 미국 등 주요 14개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이 중 9개 국가는 합병을 승인한 상태다.

조 창업 회장은 2020년대 e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물류 흐름의 추세로 떠오른 ‘도어투도어’(door-to-door, 화물을 송하인의 창고에서 수하인의 문 앞까지 한 계통으로 수송하는 제도) 개념을 조 창업 회장은 50년 전에 구체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임직원들에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단순한 운송 하드웨어만 가진 기업에서 종합물류업체로 전환해 나가겠다”며 “세계 어느 곳이든지 고객이 원하는 곳이라면 ‘문전에서 문전까지’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 창업 회장의 경영철학은 ‘사업은 예술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이 수천 년간 아름다움을 잃지 않듯이 경영자의 독창적인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식과 손주, 임직원에게는 “처음엔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오만과 통하는 것이다. 지면서 이기는 것,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 사업이다. 투자도 없이 이익만 바라는 것은 도박이나 투기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은 수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만 운영하는 종합물류그룹으로 성장해왔다”며 “지난 2002년 창업 회장이 타계한 후에도 그의 탁월한 경영철학을 비롯, 수송산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진그룹을 통해 계승‧발전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