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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발목 잡는 노조…국내 완성차 업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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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발목 잡는 노조…국내 완성차 업계 딜레마

스텔란티스, 공장 문 닫고 직원 1350명 구조조정 계획
기아, 노조와 전동화 사업 줄다리기...사업 추진 지연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텔란티스, 포드, 폭스바겐, 지엠, 기아, 벤츠 로고.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텔란티스, 포드, 폭스바겐, 지엠, 기아, 벤츠 로고. 사진=각사
포드·지엠·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수십조에 이르는 투자는 물론 과감한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노동조합과의 의견 충돌로 전동화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미래차 준비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12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산하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 지프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체로키를 생산하는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공장에서 내년 2월 28일부로 생산을 중단한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크라이슬러, 이탈리아 피아트, 프랑스 푸조 등이 합작해 만든 회사로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614만 대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구조조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외신은 "해당 공장에서 일하는 1350명의 직원이 정리 해고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비용 증가가 주원인이다. 이에 대해 스텔란티스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부품 부족 등 여러 문제와 전동화 그리고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비용 증가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스텔란티스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포드·제너럴모터스·폭스바겐도 인력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포드는 전동화를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8월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규모는 3000명 정도로 미국·캐나다·인도에서 2000명의 정규직과 1000명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포함된다. 또 이는 포드 전체 직원(3만2000여 명)의 10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적지 않은 인원이다.
포드의 인원 감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전동화 차량 비중을 40%까지 확보하고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투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지난 8월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생산직 근로자 5000명을 해고했다. 지엠도 지난해 직원 4000여 명을 감축했다. 벤츠는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트럭 및 섀시 공장 직원 36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르노와 닛산도 새롭게 동맹관계를 개편하며 인력 감축 등이 예상된다.

기아 EV6.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EV6. 사진=기아

국내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발 빠르게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가 이를 막아서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국내 공장 미래 투자 특별합의서를 마련해 전동화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아의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기아가 경기도 화성에 세우기로 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차량 전용 공장 건설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연간 10만 대 생산 규모로 공장을 짓고 상황에 맞춰 15만 대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연 20만 대로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로 기아 노사는 신공장 건설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고용안전소위원회를 14차례 열었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 기아 노조는 광명 2공장의 전기차 전환에도 사측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아는 광명 2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내년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사측은 모닝, 레이 등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동희오토에 외주를 주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위탁 생산이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입구. 사진=김정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입구. 사진=김정희 기자

한국지엠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지엠은 트랙스와 말리부 차량 단종에 따라 부평2공장의 문을 닫았다.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기존 부평 2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1200명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 중 700명은 창원으로, 나머지 500명은 바로 옆에 있는 부평 1공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그러나 인력 재배치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노사는 고용 안정과 사업장 간 대규모 인력 배치 전환에 합의했지만, 이들은 근무지와 주거지를 옮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전환 근무 신청을 꺼리고 있다. 1~3차까지 진행한 모집에서 창원공장 희망자는 25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이 사측과 약속한 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내년 2월 예정된 신차 CUV의 생산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이미 전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12일 미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e-모빌리티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4억6000만 유로(약 64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25억 달러(약 3조27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빠른 결정과 사업 추진이 필수지만, 이같이 사측과 노조의 줄다리기가 계속된다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는 국내 기업에 한해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다. 세계 완성차 브랜드 모두 미래 사업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미래 핵심 사업"이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빠른 사업 추진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