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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①힘빠진 '메이드 인 코리아'…제조업 엔진이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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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①힘빠진 '메이드 인 코리아'…제조업 엔진이 식는다

통계청·관세청·산업부, 경기침체 따른 K-제조업 위기 경고
전경련 BSI 10개월째 '부정적'…생산·투자·고용 악영향 우려
9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며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지난 2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9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며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지난 2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 한국을 견인해온 K-제조업이 추락하고 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불리는 3고(高) 현상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매출 감소→실적 악화→생산량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지수(계절 조정 기준)는 전월보다 3.6% 감소한 110.5였다. 이는 2020년 11월(10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실적을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전월 대비 2.7%p 하락한 72.4%로 2020년 8월 70.4%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경기가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본격화됐던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제조업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수출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11월 기준 수출입 무역동향 조사.  출처=산업통상자원부이미지 확대보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11월 기준 수출입 무역동향 조사.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간 누적 수출액이 6800억 달러(약 867조34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450억 달러(약 57조4000억원)에 달하는 무역적자 누적액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입량이 더 커지면서 무역적자가 오히려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도 지난 20일 기준 이달 수출액이 8.8% 줄어든 336억 달러, 이달 수입은 1.9% 증가한 400억 달러로 월간(20일 기준) 무역적자가 64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무역수지는 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수지가 9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것은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수출증가율도 감소하고 있다. 10월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7% 줄며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11월에도 14%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감소세가 확실시되고 있다. 3개월 연속 수출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주력 상품인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액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게 원인이다. 특히 수출액 대비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상반기까지 줄곧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유지하다가 8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로 인한 K-제조업의 위기는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8일 올해 2분기 국가별 상품 수출 통계를 집계한 결과 주요 20개국 중 우리나라가 셋째로 수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K-제조업의 위기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한 수출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대외 요소들이 직격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100) 아래인 88.5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이미지 확대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100) 아래인 88.5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


게다가 K-제조업의 부활을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수출 장벽을 낮춰줘야 하는데, 현 상황만 보면 오히려 진입 장벽이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세워 내년 3월부터 전기차 관련 자국 산업 보호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RMA)·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전망치가 88.5로 집계된 이유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긍정적인, 낮으면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뜻한다. 전경련의 BSI는 올해 4월부터 10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경우 의약품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세부 산업 부문이 기준치인 100 이하로 조사됐다. 수출 간판 업종인 전자통신(반도체 포함)은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0년 7월(71.4)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77.8로 조사됐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해 제조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는 결국 제조업체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다시 생산·투자·고용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