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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한국지엠 이종호 직장, ‘덕업일치’ 좋은 영향력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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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한국지엠 이종호 직장, ‘덕업일치’ 좋은 영향력 전파

30년의 금형 작업, 앞으로 평생 할 '스크롤 소' 취미생활
퇴직 전 현업일 때 각자 잘하는 취미 생활 찾을 것 권장

한국지엠 부평 생산기술부문 툴링센터담당 금형부 이종호 직장. 사진=한국지엠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지엠 부평 생산기술부문 툴링센터담당 금형부 이종호 직장.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부평 생산기술부문 툴링센터담당 금형부에서 일하는 이종호 직장은 겉보기에 아주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고 또 그렇다고 너무 눈에 띄는 인상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사내 근로자들 사이에서만큼은 좋은 영향력을 전파하는 인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나무를 조각하는 예술가 ‘스크롤 소(scroll saw)’ 작가다. 손재주보다는 머리 쓰는 일이 어울릴 것만 같은 외모지만 일터에서도 일터 밖에서도 평생 손에 기름때와 까칠한 나무를 만지는 기술적인 일만을 손에 쥐고 살아왔다. 지금은 자신의 취미를 널리 직장인들에게 알리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아버지가 목수였습니다. 덕분에 어린 시절 나무 만지는 일을 많이 봤죠. 특히 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좋았어요. 나무를 좋아하니까 나무를 만지는 일을 하고 싶었죠.” 이종호 직장이 '스크롤 소'를 취미로 삼은 이유를 소개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이렇듯 그가 하는 일이 모두 같은 연장선에 있다.

그는 1983년 대우정밀에 입사해 1991년부터 창원공장 툴링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2019년 부서 통합으로 부평 생산기술부문 툴링센터담당 금형부에서 현재 직장을 맡고 있다. 소형 가공기계로 금형에 들어가는 부품을 깎고 지원하는 일이다. 거의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미 바탕이 금형, 조각과는 한 몸이 돼 가고 있었던 셈이다.

젊은 세대는 이를 ‘덕업일치’라고도 부른다. 좋아하는 일이 곧 직업이 된다는 말이다. 순서가 바뀌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종호 직장은 한국지엠과의 인연에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힘든 일을 취미 생활로까지 이어가진 않았을 테니까.

“회사 일이 보람되고 재밌었죠. 지금도 현장에 가면 내가 다뤘던 기계들을 만지고 싶어요. 30년 넘게 회사 생활하며 몸에 배었던 일이 싫지 않았기에 취미로까지 연결된 거죠.”

'스크롤 소'라는 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다. '스크롤 소'는 재봉틀처럼 생긴 목공기계에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굵은 크기의 작은 실톱을 장착하고 도안의 선을 따라 목재를 절단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 활동이다.

이종호 직장 작업실. 사진=한국지엠이미지 확대보기
이종호 직장 작업실. 사진=한국지엠

국내에 소개된 지 20년 정도 됐지만, 예술 분야로 작품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불과 6~7년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교과목에 포함돼 있는데,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두뇌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종호 직장은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이라 앉아서 해야 하는 건 좀이 쑤셔서 못 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스크롤 소'를 하면서 몇 시간씩 앉아 끼니를 거르는 일도 마다치 않고 작품 활동에 집중했다. '스크롤 소'를 안 했다면 몰랐을 자신의 모습을 새로 알게 된 것이다.

그가 만든 작품 중에는 문갑이나 작은 가구는 물론 자동차 모형이나 액자에 걸어둘 수 있는 작은 작품들이 잔뜩 있다. 얼마 전에는 시골집을 마련해 작업실과 정자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중년이 되면서 남자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집니다. 체력이 떨어져 술자리가 줄고, 와이프는 자기만의 활동 영역이 있고, 아이들은 다 컸고,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미리 찾아야 해요. 일을 하고 있을 때는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는 게 좋습니다.”

이렇듯 이종호 직장은 다른 사람에게도 취미 찾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사보 등을 통해 전달된 그의 소식도 영향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일과 취미를 따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도 소중한 자신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