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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파나소닉, '미국인 큰손' 탓에 배터리 기술 전수에 6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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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파나소닉, '미국인 큰손' 탓에 배터리 기술 전수에 6년 걸려

배터리 제조 장비 동양인 체구에 맞춰 설계…"이제야 운영 방법 터득"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함께 만든 원통형 배터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함께 만든 원통형 배터리. 사진=로이터
미국 노동자들은 아시아에서 만든 배터리 장비를 운영하는 데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다고 파나소닉이 밝혔다.

파나소닉은 미국인의 손이 동양인보다 크다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외주를 거쳐 물건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재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 했다고 전한다.

초창기에 파나소닉은 미국 현지에서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는 데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 건설되는 배터리 공장들은 이미 정부의 세금 공제를 받을 계획이어서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테슬라가 지난해 일본에서 수십 명의 플로어 감독관을 네바다 배터리 기가팩토리로 불러들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초빙된 감독관들은 생산 현장에서 2170과 4680 셀 생산이라는 불만족스러운 비율을 높인 이유를 찾기에 진땀을 흘렸다. 이런 과오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미국 땅에 EV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 최초의 무버들은 온갖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아웃소싱은 미국의 제조 기반을 흔들고, 기술 공동화 현상을 만들었다. 미국 노동자들은 생산적인 기술 지식을 점점 잃어갔다. 파나소닉은 미국 근로자들을 고용할 당시부터 재교육 시켜야 했다.

파나소닉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책임자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웃소싱 방식 때문에 오랫동안 대규모 제조 공장을 많이 짓지 못했다"면서 "스킬 세트가 점점 더 작아지고 오래되어 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산 전기차 배터리 세제 혜택에 서명한 후 생겨난 대형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는 경험이 부족한 건설사로부터 입찰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처음부터 파나소닉은 평균적인 미국 노동자들의 손 크기와 같은 엉뚱한 문제들을 다루어야 했다. 파나소닉의 정교한 배터리 제조 장비는 공장이 가동되는 동아시아의 노동자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어서 미국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파나소닉은 민감한 배터리 조립 과정을 자주 바꾸지 않도록 했다. 미국 현지 직원들이 기계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런 종류의 문제들은 초기에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테슬라의 네바다 배터리 공장 생산 증가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재교육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너무 오랫동안 제조기술을 사용하지 않아서 잃어버린 제조 기술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일은 미국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었다. 교육 때문에 공장 가동은 예정보다 1년이 늦어졌다. 배터리 기계를 재설계하고 적응시켜야 했던 점도 지연 요인이었다.

미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발표에 고무된 파나소닉은 이제 6년 동안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해오면서 다른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고 장담한다.

GM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사와 수율 문제가 있었다. 포드는 SK온과 셀 제조 문제로 F-150 라이트닝 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모두 파나소닉과 같은 과정을 겪은 대표적인 일들이다. 최근에 기가팩토리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들은 얼마나 크고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마찬가지로 기술을 대하는 미국 근로자들의 개념은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급기야 미국에서 파나소닉의 가장 큰 배터리 제조 경쟁자는 다름 아닌 테슬라 자체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미국산 배터리 세액공제를 파나소닉과 나눠야 하지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수익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네바다 배터리 시설의 100GWh 확장이 발표된 것만으로도 테슬라에 연간 35억 달러(약 4조5850억 원)의 연방 세금공제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파나소닉은 최근들어 더욱 능동적으로 변했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캔자스에 40억 달러(약 5조24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새로 건설했다. 미국 납세자 자금 조달 골드러시에 적극 참여하는 양상이다. 파나소닉은 또 다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방 정부는 새로운 공장을 위해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파나소닉은 네바다보다 노동력 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파나소닉 배터리 책임자는 미국에서 EV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이제는 터득했다고 말한다. 지난 6년 동안 파나소닉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한다.

만약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다면, 파나소닉이 미국 현지에서 더 많은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파나소닉 생산 담당자는 말한다.

파나소닉의 경험은 미국 현지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안겨줄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