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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심장 두드리는 스포츠카, 토요타 GR 수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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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심장 두드리는 스포츠카, 토요타 GR 수프라

스포츠카 정석 느껴지는 디자인과 퍼포먼스
동급 대비 가성비 크고 부족하지 않은 기능

토요타 GR 수프라 사진=토요타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GR 수프라 사진=토요타코리아
토요타 GR 수프라는 스포츠카라는 명칭이 아주 잘 어울리는 차다. 실제, ‘GR’은 가주 레이싱에서 따왔으며 트랙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온 지도 좀 됐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렁찬 엔진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밖에서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다. 한적한 공원에서는 살짝 미안할 정도로 소리가 크다(ASC로 조절할 수 있다). 탑승할 때도 주저앉듯이 해야 한다. 휴식을 위해 시트를 뒤로 젖힐 수도 없다. 앉은 자세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팔꿈치가 등받이에 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때는 오르막 내리막의 각도와 앞뒤 스커트의 높이를 계산해야 하기도 하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면 잘못해 혀를 깨물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 한다(AVS가 제 역할을 잘 하는지 의심스럽다). 스포츠카란 자고로 온전히 운전의 재미만을 느끼기 위한 차다. 수프라는 이 모든 조건을 갖췄다. 아이 등하굣길에, 출퇴근에, 마트에 갈 때 탈 차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스포츠카는 세컨카로 구입할 수 있을 여력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프라의 가격은 7860만원이다. 메인이 경차라도 그림은 괜찮다. 대형 SUV에나 들어갈 법한 직렬 6기통, 배기량 2998cc 엔진을 얹고 8단 자동변속기로 382마력의 출력과 51.0kg·m의 토크를 뿜어내는 2인승 스포츠카를 타는 데 이 정도면 꽤 합리적이다. 물론, ‘마쓰다 5’ 정도가 국내 들어온다면 저렴한 스포츠카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있지도 않은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수프라는 심장을 나눠 가진 쌍둥이 형제 BMW Z4 M40i보다도 1780만원이나 저렴하다. 브랜드 이미지와 고급화를 따진다면 대략 500만원 정도 더 싼 2.0리터의 무난한(상대적으로) BMW Z4 sDrive가 있지만, 멋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법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눈 앞에 펼쳐지는 속도감과 스릴은 그 정도 차액과 기꺼이 맞바꿀 수 있다.

BMW Z4와 다른 점이라면 디자인에서 좀 더 날렵함을 느낄 수 있다. 근육질의 볼륨이 차체를 좀 더 앞쪽으로 기울어진 듯한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데크가 좀 더 길어서 그럴 수도 있다. 루프의 볼륨도 특징 중 하나다. 단순한 멋이 아니라 전설의 2000GT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공기역학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쓴 설계라고 한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역동적이다. 어디 하나 정적인 부분은 없다. 19인치 휠도 차체에 비해서는 크게 느껴진다. 눈에 띄지 않도록 검정으로 처리한 A-필러는 디자인에서 신의 한 수였다(그게 아니라면 키드니 그릴을 붙이지 않을 것이던가). 뒷바퀴 휀더는 리어뷰 미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콕핏에 앉아서도 외관 디자인에 감탄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 중 하나다. 인테리어는 앰블럼만 빼고 BMW의 것을 다 갖다 썼다고 할지라도, 설령 그게 아니라고 우길지라도 운전의 맛을 즐길 수만 있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토요타 GR 수프라 인테리어 사진=토요타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GR 수프라 인테리어 사진=토요타코리아

주행 질감에서 동급 모델들과 비교가 된다. 차체가 조금 더 낮은 편이라 안정적인 느낌이 더 와닿는다. 사각지대가 큰 건 아니지만, 전방 시야도 충분히 눈에 잘 들어온다. 운전석에서는 실제로 비행기 콕핏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정통 스포츠카라 운전이 쉬운 편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핸들을 틀어둔 상태고 급가속을 시도해보면, 쉽게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일상 코너링에서 접지력은 디퍼런셜의 역할이 커 나름 괜찮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묵직하고 그립감을 위해 림의 두께도 있는 편이다. 자세 제어장치가 있지만, 수동적 운전의 재미를 망칠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 편이다.

너무 극적으로 달렸지만, 수프라가 그렇게 야만적이기만 한 차는 아니다. 웬만한 들어가야 할 최신 편의·안전장비는 다 갖췄다.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하이빔 & 프런트 라이팅 시스템, 제한 속도 정보(HUD를 통해 알려준다),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 후방 충돌 경고에 무선 충전 시스템까지. JBL의 HiFi 사운드 시스템은 체감상 조금 아쉽게 느껴졌는데, 원한다면 이 부분은 아까 그 퍼스트카였던 경차를 팔아 튜닝할 수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