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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25년 전 문닫은 베들레헴스틸 부지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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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25년 전 문닫은 베들레헴스틸 부지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발전

25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베들레헴스틸 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5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베들레헴스틸 공장. 사진=로이터
1950년대 미국 철강 산업을 전성기로 이끌었던 기업은 US스틸과 베들레헴스틸(Bethlehem Steel)이다. US스틸은 지금도 굳건하지만 베들레헴스틸은 1998년 3월 28일 부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코크스오븐 가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1년 파산을 선고했다. 약 150년의 철강 기업 역사가 막을 내린 안타까운 일이었다.

베들레헴스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꼭 25년이 되는 날 메릴랜드 주지사는 베들레헴스틸 제철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한다고 지난 3월 29일 공식 선언했다.

메릴랜드주의 해상풍력발전소 개발은 US윈드가 주도한다. US윈드는 해상풍력발전소를 개발하기 위해 스페인의 하이제아 윈드그룹을 볼티모어시에 소재한 스페로우 포인트 스틸 제조 공장 관리기업으로 선정했다.

토마스 스패로우(Thomas Sparrow)의 이름을 딴 스펠로우 포인트는 제강과 조선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베들레헴스틸이 소유한 철강 산업단지의 부지였다. 20세기 중반의 전성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였다.

이곳에서 해상풍력발전의 기둥구조물을 생산하게 될 하이제아 윈드 그룹은 오스테드가 영국에 건설한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발전단지 ‘혼시3’의 XXL(초대구경)급 모노파일 하부구조물을 제작했던 그룹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세아제강도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탈리아 재생에너지 회사 레넥시아(Renexia)가 최대주주인 US윈드는 808메가와트(MW)급의 모멘텀 윈드 프로젝트를 개발하게 된다. US윈드는 270메가와트(MW)급 마윈 어레이(MarWin Array)도 개발 중이다.

이 공장은 한때 세계 최대 규모였던 베들레헴스틸의 폐쇄된 스패로우 포인트 제철소가 있던 자리이다. 이 부지는 볼티모어 카운티의 트레이드 포인트 애틀랜틱 물류 허브기지에 100에이커(40ha)나 되는 광활한 면적을 갖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스파크처럼 튀는 과거의 기억 속에는 베들레헴 스틸에는 한 철강인의 성공스토리와 쓰라린 실패의 교훈이 숨어 있다. 베들레헴의 창업부터 소환해 보자.

베들레헴스틸은 1857년 아우구스투스 울에 의해 펜실베니아 베들레헴에 소재한 사우코나 철강회사로 출범했다. 오랜 기업 역사를 이어온 기업이므로 경영자와 오너가 숱하게 바뀌었지만 유독 사세를 크게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향락을 좋아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은 찰스 M. 슈압이다. 슈왑은 1862년 2월 18일 미국 펜실베니아 윌리암스버그에서 탄생했다. 그가 태어날 무렵 미국은 남북전쟁이 한창이었다.

찰스 M. 슈압은 28세(1890년)에 철강업에 뛰어들었다. 에드가 톰슨스틸 웍스에서 총감독을 하다가 7년 후에는 35세의 나이로 카네기 스틸 컴퍼니의 사장이 되었고, 1901년에는 US스틸의 초대 사장이 되었다. 슈왑이 철강 기업의 오너가 된 것은 1903년 US스틸을 떠나 펜실베니아 베들레헴에 소재한 베들레헴 쉽빌딩 스틸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부터이다. 철강업에 종사한 지 불과 13년 만이다.

슈왑은 베들레헴스틸에서 H빔을 개발했다. 이 철강재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면서 H빔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렸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베들레헴스틸은 연합군에게 특정 무기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다. 절정기에 베들레헴 스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회사로 성장했다.

슈왑은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도박에 빠지면서 불행을 자초했다. 파티광이었던 슈왑은 여색을 즐겼다고 한다. 파티에 절색미녀들의 등장은 당연한 순서였으니 짐작되는 일이다. 파티를 좋아하고 도박을 즐긴 슈왑의 미래는 드라마처럼 몰락했다. 슈왑은 1939년 많은 빚을 진 상태로 세상을 하직했다.

슈왑이 철강 기업의 오너가 된 지 26년 동안 그가 이뤄낸 업적과 일탈적인 행동은 베들레헴 스틸의 기업역사와 닮았다. 베들레헴스틸의 성장은 전쟁 중에 선박용 강재를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워 당시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설비개선을 등한시하고, 노동조합의 이권개입, 그리고 갖가지의 나태한 기업문화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슈왑이 오너였던 시기의 업적은 미국 국립산업사박물관 자료에 잘 드러난다. 베들레헴 코크스 공장은 1912년 가동을 시작했다. 슈왑이 인수한 지 10년 정도 됐던 시기였다. 절정기에는 제강 공정에 사용되는 연료인 코크스를 만드는 오븐을 약 500개나 운영하고 있었다.

베들레헴스틸은 1995년 구조용 제철소와 고로를 폐쇄하면서 1998년에 코크스 오븐 사업부의 문을 닫았다. 코크스 원료의 생산 중단은 고로제철소 기능이 마비됐다는 뜻이다.

베들레헴스틸 산하에는 15개 조선소가 있었다. 여기서 총 1121척의 군함을 생산했다. 미 해군 2대양 함대의 거의 10%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당시 이 섹터에는 고용인이 18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케 한다.
베들레험스틸 공장 부지에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다. 사진=로이터
베들레험스틸 공장 부지에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다. 사진=로이터


1950년대에 베들레헴스틸의 철강재 생산 규모는 연산 2300만 톤에 달했다. 당시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랬으니 1958년 베들레헴의 대표 아서 호머(Arther B. Homer)는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미국 기업 임원으로 부러움을 샀다. 1955년 포춘지는 500대 기업 중 베들레헴을 8위에 랭크시켰다. 그때 나온 유행어가 바로 ‘철강의 힘이 곧 국력’이었다. 당시 베들레헴스틸은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어 했던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베들레헴스틸에서 생산된 철강재가 채용된 건물 중에는 뉴욕의 28 리버티 스트리트,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메디스 스퀘어 가든, 록펠러 센터,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시카고의 머천다이즈 마트 등이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와 베라자로-내로우즈 브리지,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리지의 구조물에 베들레헴이 생산한 철강 제품이 사용될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베들레헴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해외 철강기업들이 다투어 첨단 설비로 교체하는 시기에 연속 주조 설비와 같은 자동화 설비로의 교체를 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베들레헴스틸이 1982년도에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베들레헴스틸은 아시아의 신흥 철강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던 한국 포스코에게도 밀렸다. 이어진 것은 구조조정이었다.

사업장 폐쇄는 199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1991년에는 석탄 채굴도 중단했다. 1993년도에는 철도 레일 사업을 접었다. 1995년 말에 베들레헴스틸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요 사업장에서 제철소를 폐쇄했다. 140년간 철강을 생산했던 베들레헴스틸은 결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997년에 조선사업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2001년에 파산 신청에 이른 것이다.

베들레헴스틸의 직접적인 파산원인과 그 이외의 일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현재에도 벤치마킹할 부분이 드러난다.

베들레헴스틸은 근로자들이 과도하게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 복지혜택이 미국 최고 수준이었고, 임금과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이 최상이었다. 퇴직 철강노동자와 그 부인에게 의료보험비 등 상속비용까지 지급했다.

또다른 이유는 경영층의 오만한 자세였다. 회사가 잘 되다보니 견제가 없었다. 회사 소유 비행기로 임원 자녀를 학교에 태워다 주거나, 주말여행용으로 사용했다. 세계적 수준의 임원용 18홀 골프코스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클럽에서 임원 서열에 따라 샤워 순위가 결정되기까지 했다.

베들레헴스틸의 몰락은 고객, 경쟁자, 외부세계의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베들레헴스틸에 만연한 자기 보신주의가 앞선 기업풍토 때문이었다.

오는 9월 16일에는 베들레헴스틸의 전 코크스 오븐공장 직원들이 모여 25주년 연례 재회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이 행사는 공장의 전직 철강 노동자들도 참석한다. 200명이 넘는 전직 코크스 오븐 공장의 직원들이 스프링타운의 실버 크릭 체육협회에 모였던 재결합이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관련기사 본보 2022년 10월 11일.문 닫은 베들레헴스틸에서 다시 만나는 '철의 주말' 행사 참조>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철강 대기업의 제철소가 가동됐던 자리에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기업세금 공제로 투자되는 해상풍력발전소의 건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감한 설비경쟁력 확보와 방만한 경영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