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이스크래퍼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득, 미국의 뉴욕을 연상하겠지만, 세계 곳곳에는 철강으로 만든 마천루의 도시들이 즐비하다. 마천루를 만든 상상력은 건축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철강의 원조격인 영국과 홍콩에는 건축계의 거장 ‘노먼 포스터’의 설계로 만들어진 초고층 빌딩들이 철강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이 건축 성향은 전 세계의 건축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빗물로 온도 조절하는 HSBC빌딩
#건축 자재에 쓰인 철강재의 90%가 재활용된 철강재로 지어진 건축물은 오래전부터 세상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HSBC빌딩은 매우 친환경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건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하물며 지붕에 모아진 빗물을 활용하여 건물의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홍콩의 야경을 더욱 황홀하게 만드는 건축물은 단연 HSBC빌딩이다. 이 빌딩은 철강재로 잘 구성된 홍콩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1980년대에 홍콩의 자신만만함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이 건축물은 파리 퐁피두센터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중 하나였다.
2006년 세계 최고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로 선정되어 ‘엠포리스 스카이스크래퍼 어워드’(Emporis Skyscraper Award)에서 수상한 홍콩의 HSBC빌딩은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계했다. 시공은 조지 윔페이 건축회사가 맡았다.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6년이 걸렸다고 한다. 건물 규모는 지상 47층, 지하 4층이다. 건물의 높이는 180m이다. 이 건물에는 글래스고 근처 ‘브리티시 쉽빌더즈’가 제조한 5개의 강철 모듈이 들어 있다.
이 모듈은 영국에서 제조되어 홍콩으로 수송된 것이다. 모듈 제작에는 3만 톤의 강철과 4500톤의 알루미늄이 소요됐다. 이 건물은 승강기 대신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한다. HSBC 홍콩 본점 빌딩 내부는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이 없다. 자연 채광을 스며들게 하여 조명을 하는 구조이다. 아트리움 꼭대기에 거대한 거울을 쌓아 빌딩 바닥까지 자연광을 반사시켰다.
자연광은 에너지 절약과 외벽에 그늘을 제공하여 건물의 온도 상승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의 공조시스템은 담수 대신 해수를 쓰는 등 대부분의 시스템이 친환경을 이루고 있다. 건축 소재는 세계 각지에서 제조되었다. 강철 구조물은 영국, 유리, 알루미늄 피복재(cladding)와 바닥재는 미국, 서비스 모듈은 일본에서 공수된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산 철강재는 사용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산 철강재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이 건물의 특징은 건물 기초에서부터 중심 구조로 이어지는 부분에 8개 그룹의 알루미늄-클래드 강철 기둥 4개조와 기둥에 부착된 5개 레벨의 삼각형 서스펜션 트러스들로 이루어졌다.
홍콩의 야경 사진을 보면 HSBC빌딩이 유독 사진 복판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철강재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보이는 특징을 가졌다.
투명한 이미지,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런던시청 건물도 철강재로 이뤄진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유리달걀이라는 애칭을 가진 런던시청 건물은 템스강변에 소재한 10층 규모의 철구조 건물이다. HSBC빌딩과 마찬가지로 철강재와 유리를 사용하여 자연 채광을 활용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친환경 건축을 추구했다. 이 건물 역시 ‘노먼 포스터’의 작품이다.
건축물 외관을 유리로 한 것은 관공서의 투명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축물의 외양이 기울어져서 런던사람들은 고풍스런 주변의 역사적 건축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건물은 첨단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건축물 곳곳에 친환경적인 요소와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임을 나타낸다. 기울어진 디자인은 구형 건축물이 육면체의 표면보다 작아 건물유지 관리 비용이 적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이 건물은 2002년 준공됐다. 런던의 또 다른 명물, 거킨타워(오이지빌딩)(2004년 완공)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런던시청 건물의 지붕에는 태양광 집열판이 있고, 우측에는 야외공연장이 있다. 이 건축물이 남측으로 기울어졌는데, 이 경사각은 하절기에 높은 고도의 일사각이 실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다. 최상층에는 '런던의 거실'로 불리는 테라스가 사방으로 오픈된 조망을 제공하고 있다.
런던시청 건축물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뒷마당이 있는 대형 구(球)가 대표적이다. 자세히 보면 서류 집게를 모아 조각품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을 보면, 파리의 다리에 걸린 자물쇠가 런던시청 건물의 조형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 만개의 서류집게와 오버랩 된다.
이런 현상 모두가 철의 혈육이다. 어쩌면 조형물조차 철강 소재로 사용했는지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철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림책을 구겨놓은 것 같은 벤치 조각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친근감을 준다.
친환경 건축물 거킨타워
#거킨타워의 원명은 ‘런던 30 세인트 메리 엑스(30Saint Mary Axe)’이다. 오이지라는 뜻의 거킨(Gherkin)빌딩 역시 런던시청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고풍스런 건축물이 즐비했던 런던의 주변 건물들과는 확연히 달라 갖가지의 말들이 쏟아졌다.
런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불평을 감수하면서 이 괴상한 건축물이 등장하기까지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의 고민이 담긴 다큐멘터리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노먼포스터와 거킨타워'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건축물은 2014년에 공매로 나왔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암튼, 사람들의 빈정거림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물은 2006년 BBC가 ‘런던을 상징하는 현대 건축물’로 선택함으로써 역사와 전통이 강조된 런던과 잘 어우러지며 사람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전하는 건축물로 재인식되는 행운을 얻는다.
높이 180m에 41층의 이 빌딩이 기존의 사각형 건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선보였다는 점과 친환경적 디자인으로 에너지 절약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런던 시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왜 기울게 했을까? 기존의 사각형 빌딩은 바람의 방향이 보행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거킨타워은 바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으로써 보행자 편의를 확보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건물의 외벽은 사선의 철골 기둥과 다이아몬드 형태의 이중유리 5500장을 사용했다. 이중 유리는 여름에는 외부온도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고, 겨울에는 이중유리 외벽 속의 공기가 단열재로 작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설계는 일반 건물에 비해 40%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건물 벽면의 유리는 주간에는 별도의 조명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건물은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블라인드와 창문이 조절되는 특징도 지녔다. 건물 구조 자체에는 자연적인 공기 순환이 가능하고, 오이지 모양의 디자인은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방해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건물의 중심에는 원형의 코어부가 존재한다. 이 코어를 둘러싼 '여섯 손가락(six fingers)'은 6개의 사무공간을 말한다. 이 공간 사이에 발생하는 삼각형의 공간은 수직으로 뚫려, 자연광을 건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거킨타워의 지상층은 공공 면적을 최대한 제공한다. 건물의 중간부를 볼록한 형태로 만듦에 따라 지상층의 면적은 중간부보다 적지만 개방감을 증대시켰다. 상층부로 갈수록 평면이 줄어들면서 고층 건물이 가질 수 있는 위압감이 줄어들었고, 도시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다.
거킨타워 최상층에서는 런던 시내를 36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꼴물견이란 딱지를 달고 다녔던 거킨타워가 ‘훌륭한 빌딩’이라는 인식으로 바뀌면서 거킨타워 주변은 고층건물 클러스터 지역으로 선정되었고, 많은 고층 건물들이 건설될 것을 예고했다. 런던시청 건물과 거킨타워(Gherkin Building)는 현대에 새로운 건축물이 선보여야 할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