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이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자국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스와 5억 달러(약 694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애플 미국 생산' 압박과도 맞물려 향후 아이폰 생산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16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MP 머티리얼스와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하고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을 이 회사로부터 직접 공급받기로 했다. 동시에 캘리포니아주에 재활용 라인을 구축해 희토류 재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희토류 가공의 대부분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에서 판매될 아이폰은 미국에서 제조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최소 25%의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밝혀 애플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 바 있다.
◇ 美 공급망 확대와 재활용 강화
이번 계약은 애플이 올해 초 발표한 5000억 달러(약 69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애플은 MP 머티리얼스의 텍사스주 포트워스 공장에 전용 자석 생산 라인을 구축해 2027년부터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애플은 이 자석들이 “수억 개의 애플 기기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팀 쿡 애플 CEO는 “미국 내 혁신이 애플의 핵심 원동력이며 이번 투자로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화하게 됐다”며 “희토류는 첨단기술에 필수적인 자원이며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 내 희토류 공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사는 새로운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으로 자석 제조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미국 내에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숙련된 노동력 부족을 꼽아왔다.
쿡 CEO는 지난 2017년 포천지가 진행한 포럼에서 “중국에는 장인 수준의 기술과 정밀 로봇 기술, 컴퓨터 과학 역량이 결합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희토류 전쟁’ 속 애플의 전략 조정
희토류는 스마트폰, TV, 전기차 배터리, 군용 제트기, MRI 장비, 암 치료기기 등 다양한 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희귀하다'는 명칭과 달리 전 세계 지각에 널리 분포돼 있지만 추출과 정제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국이 사실상 전 세계 가공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토류는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협상 카드로도 자주 활용돼 왔다. 이번 애플의 결정은 자국 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의 기조에 맞춰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이미 재활용 희토류를 일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 16e에는 재활용 소재가 30% 포함돼 있으며,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맥북 등 대부분의 주요 제품에 재활용 희토류 자석이 사용되고 있다.
애플 외에도 최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600억 달러(약 83조2800억원)를, 대만의 TSMC는 3월에 1000억 달러(약 138조8000억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고,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역시 미국 내 슈퍼컴퓨터 제조 계획을 지난 4월 발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