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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웨스팅하우스, AI 시대 전력난 돌파구로 미국에 대형 원전 10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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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웨스팅하우스, AI 시대 전력난 돌파구로 미국에 대형 원전 10기 짓는다

AI가 부른 전력 위기,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 건설'로 돌파…과거 파산 오명 씻는다
트럼프 '원전 4배 확대' 행정명령에 화답…규제 완화 업고 사업 속도 낸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 등과 협력해 대형 원전 10기를 미국 내에 건설하겠다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 등과 협력해 대형 원전 10기를 미국 내에 건설하겠다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원자력 발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2030년까지 미국 내에 대형 원자력 발전소 10기를 건설하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부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르려는 행보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의 댄 섬너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열린 '에너지 및 인공지능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계획을 직접 보고했다.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할 원자로는 75만 가구 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AP1000'이다. AP1000은 1110MW급 전력을 생산하는 3세대 가압수형 원자로(PWR)로, 기존 원전과 비교해 밸브·배관·펌프 같은 부품 수를 크게 줄인 단순한 설계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였다. 특히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겨도 72시간 넘게 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수동 안전 계통(Passive Safety System)'을 갖췄다. 웨스팅하우스의 섬너 임시 CEO는 "이 원자로 10기를 건설하면 미국 전체에 750억 달러(약 104조1375억 원), 펜실베이니아주에 60억 달러(약 8조331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가 촉발한 '전력 전쟁'…정부·산업계 전방위 지원


이번 발표의 배경에는 AI 기술 확산에 따른 데이터 센터와 전력 기반 시설의 중요성 증대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를 주최한 데이브 매코믹 상원의원실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기술, 에너지, 금융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전력망 구축에 모두 900억 달러(약 124조9650억 원)가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원전 산업에 강한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050년까지 미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400GW로 4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을 통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18개월 안 신속 심사 △국내 핵연료 공급망 강화와 문 닫은 원전 재가동 검토, 연방 정부 땅 안 원전 건설 촉진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 '파산의 상처' 딛고…AI로 '건설 혁신' 예고


다만 미국에서 새 원전 건설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단 두 기의 새 원자로를 가동했는데, 이 두 기 역시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의 보글 발전소에 세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었다. 이 사업은 애초 계획보다 180억 달러(약 24조 9894억 원)의 예산을 넘기고 완공이 7년이나 늦어지는 등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2018년 파산 절차를 마친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캐나다의 우라늄 기업 카메코와 브룩필드 자산운용이 소유하고 있다. AP1000 모델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에서 상업 운전과 건설 경험을 쌓아 성능을 검증받은 원자로이기도 하다. 웨스팅하우스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술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같은 날 구글과 손잡고, AI 기술을 써서 AP1000 원자로 건설을 "효율적이고 되풀이할 수 있는 공정"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잘못을 딛고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의 '원전 부흥기'를 이끌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