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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배터리, 보급형 모델로 中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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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배터리, 보급형 모델로 中 잡는다

LG엔솔‧SK온‧삼성SDI 등 보급형 전기차 확산에 대용해
프리미엄과 별개로 ‘하이 앤 로’ 전략 통해 지배력 확대
품질·성능·수명 검증된 LFP 배터리 개발 및 생산 투자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이 삼성 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이 삼성 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자동차용 중저가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한다.

프리미엄급 최고 성능의 제품 개발과 별개로 일정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갖췄으면서 가격은 시장 수요에 맞는 수준으로 떨어뜨린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유도하는 ‘하이 앤 로(High & Low)’ 전략으로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보급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자사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도 중저가 배터리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가격이다. 중저가용 배터리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면서, “배터리 업체는 시장 다변화를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주된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 생산‧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중저가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폭스바겐은 3000만원대 소형 전기차인 ID.4, 테슬라는 모델2를 준비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 제네럴 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빅3,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일본 토요타 등도 비슷한 가격대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르는 만큼 2000만~3000만원대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저렴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다양한 배터리 기술 가운데, 이들 업체들이 중저가용 제품으로 낙점한 기술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해 자국 업체를 비롯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량 보급했고, 이를 적용한 전기자동차들이 주행거리와 안전성, 배터리 수명 등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배터리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와 건설기계장비 등과 같은 이동수단,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 시스템, 스마트폰 등 휴대용 IT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만큼 확장성도 염두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LFP가 유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업계에서 LFP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력으로 삼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약 30% 이상 저렴하다고 판단했다.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은 크리스털 형태의 육면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인 올리빈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다. 이에 과충전 또는 과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낮고 수명도 긴 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총 3조원을 들여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운다. 올해 착공해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윤호 사장이 LFP 배터리 개발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LFP 전지 개발 사업자에 선정되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온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이차전지 기업 중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올해 안에 LFP 배터리 셀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굳이 중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LFP에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LFP가 아니더라도 검증된 기술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그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도 “전기차용 배터리는 운전자 또는 사용자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사용 결과 성능이 입증된 결과로 놓고 봤을 때 현재로서는 LFP가 가장 부합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상황도 국내 업체가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5%, 2021년 16.9%에 이어 지난해에는 27.2%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인텔리전스도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거의 2배로 늘어났다”며. “지금은 모든 전기차의 약 3분의 1이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