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자동차 생산량 한국에 뒤진 6위…주가도 덩달아 '휘청'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사실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동안 전기차 전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 생태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뒤처진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 전기차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는 독일 완성차업체들의 주가 추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3대 독일 완성차업체의 주식이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내부의 진단
독일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고급 자동차 시장으로 유명하다. 독일에는 BMW, 벤츠, 아우디와 같은 세계적인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즐비하다. 자동차 부품 산업도 매우 발달해 수출량이 세계 1위이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점점 열세에 몰리고 있다. 2022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에 뒤진 6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2016년 독일 GDP의 19% 이상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16% 미만으로 감소했다. 수출의 총 가치는 회복되었지만, 대부분 가격 효과(물가 상승)이지 물량 효과가 아니다.
독일은 2022년 370만 대를 수출한 반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400만 대를 초과했다.
시대의 전환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가고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이제 전기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독일 연방 경제부가 발족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관한 전문가 그룹에서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 소프트웨어 공학 교수인 이나 셰이퍼는 위기에 처한 독일의 선도 산업에 대해 “자동차 산업은 독일에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많은 중소 공급업체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 직접 고용된 사람들은 70만 명이 넘는데, 몇 년 전 83만 명보다 줄었다. 그러나 모든 공급업체 및 관련 산업과 함께, 독일에서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동차 산업에 고용되어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IW Cologne)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약 7%가 자동차 연관 산업에 종사한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독일 경제에 큰 위기이다.
그녀가 공동 의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는 물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변혁 측면에서 너무 늦었다는 것이 진정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소 엔진 기술의 선구자였으며 사업에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외부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그녀는 독일 자동차 시장의 문제를 “특정 영역에 대한 소프트웨어 역량이 없다”는 것에 비중을 크게 둔다. 예를 들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 Driving)는 레벨 2수준이다. 이는 운전대나 페달에서 손발을 떼더라도 차가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갈 수 있지만, 운전자는 이상이 감지되면 즉각 개입해야 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독일의 자율주행차량 기술 수준은 아직 레벨 3수준이다. 굳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레벨2를 사려고 할 것이다. 2022년 테슬라 모델 Y는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였다. 폭스바겐의 ID.4는 4위에 그쳤다.
독일이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한국에 이어 6위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한다. 2022년의 374만 대 수준으로는 독일 자동차 산업은 건강할 수 없고 독일 경제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국가적으로도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독일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한계
최근 EU의 경제 강국 독일이 침체에 놓여 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 산업의 정체를 설명하는 가장 큰 주범은 자동차 부문이다. 이르면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가 금지된다. 일반적인 자동차 모델의 수명 주기가 약 10년, 개발 3~4년, 판매 기간 5~6년이라고 생각한다면 내연차량 금지는 멀리 있지 않다.
신차 등록 및 판매가 10년 이상 정체되어 독일 자동차 산업은 생존 기로에 놓여 있다.
위기의식으로 가득한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들이 “주요 변혁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주요 기업들이 대대적인 변혁 과정에 있다.
연소 엔진 기술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전기차나 수소 경제와 같은 새로운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변화는 전기차로의 전환, 디지털화 촉진, 내연차 시대에 성장한 직원들의 재교육과 직업 전환도 포함된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ID.3, ID.4 등을 통해 2025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또한, 총 730억 유로(약 100조 원)를 디지털화와 전기차에 투자하고, 2030년까지 총 26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전체 생산 차량의 70%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내 2위 완성차업체인 다임러 역시 2025년까지 총 700억 유로(약 95조 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BMW 또한 2025년까지 300억 유로(약 328억 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전기차 생태계 구축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독일 남서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기업들이 힘을 합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인 포르츠하임 응용과학대학교(Pforzheim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의 베른하르트 쾰멜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지역 일자리의 10%가 자동차 분야에서 제공된다. 사활을 걸고 시대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내연차 시대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했던 노련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을 새로운 전기차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여전히 내연차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압도적으로 내연차가 세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6년 575만 대에 이르던 생산량이 2022년 370만 대까지 줄었다.
독일의 자동차 공장에서는 한쪽에서 내연차가,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누가 먼저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느냐가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 될 수 있다.
향후 10년 동안 전기차 혁명과 연소 엔진 사용 금지로 인해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스스로를 재창조하거나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지속적인 쇠퇴에 직면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