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화오션, 세계 최초 高망간강 LNG연료탱크 컨선 인도

공유
4

한화오션, 세계 최초 高망간강 LNG연료탱크 컨선 인도

독일 하팍로이드 발주한 2만4000TEU급 1번함 ‘베를린 익스프레스’
포스코와 10년 협업 끝에 개발한 고망간강 연료탱크 선내 탑재
니켈‧알루미늄 등 기존 소재 비해 품질 높고 가격 낮아 기술 독립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독일 컨테이너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베를린 익스프레스’가 예인선의 인도를 받아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하팍로이드의 첫 LNG추진 이중연료 선박인 베를린 익스프레스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한 12척 동급 선박 가운데 1호선이다. 특히, 한화오션과 포스코가 공동개발한 ‘고망간강’ 소재로 만든 LNG 연료탱크를 선체 내에 탑재한 세계 최초의 선박이다. 사진=하팍로이드이미지 확대보기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독일 컨테이너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베를린 익스프레스’가 예인선의 인도를 받아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하팍로이드의 첫 LNG추진 이중연료 선박인 베를린 익스프레스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한 12척 동급 선박 가운데 1호선이다. 특히, 한화오션과 포스코가 공동개발한 ‘고망간강’ 소재로 만든 LNG 연료탱크를 선체 내에 탑재한 세계 최초의 선박이다. 사진=하팍로이드
한화오션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소재인 고망간강을 사용해 만든 LNG(액화천연가스) 연료탱크를 세계 최초로 선내에 탑재한 초대형 컨테어너 운반선 1호선을 인도했다.

LNG프라임 등 외신 보도 및 한화오션에 따르면, 독일의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지난 13일 한화오션으로부터 LNG 연료탱크를 탑재한 이중연료 선박인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베를린 익스프레스(Berlin Express)’를 인도 받았다.
정확한 컨테이너 탑재 능력이 2만3660TEU인 이 선박은 하팍로이드가 지난 2020년 12월22일 한화오션에 발주한 6척 선박 가운데 1호선으로, 길이 400m, 폭 60m 이상이며 갑판 면적은 축구장 4개와 맞먹는 거대한 크기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한 이 선박은 계약 체결 때부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수주 발표 당시 한화오션은 ‘초대형 LNG 추진 컨선’이라며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에 LNG 추진 엔진이 장착되는 것은 ‘업계 최초’라고 했다. 2년여 후 이 선박의 정확한 타이틀은 ‘세계 최초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탑재 이중연료추진 컨선’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선체 내부에 탑재한 선박’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즉, 베를린 익스프레스 선체에는 ‘극저온용 고망간강(이하 고망간강)’으로 만든 LNG 연료탱크가 실려있다.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2010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재다. 지금까지 영하 163℃ 극저온의 LNG를 견디는 화물창과 연료탱크 소재는 인바(니켈강)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들 소재는 가격이 높고, 작업공정이 까다로우며, 강도가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강재에 20% 내외의 망간을 첨가한 합금강으로, 니켈과 알루미늄 등 합금에 비해 강재를 잡아당겼을 때 영구변형이 시작되는 시점인 ‘항복강도’와 극저온에서도 강재가 깨지지 않는 ‘극저온인성’은 더 우수하다. 용접성도 우수하고 가격 또한 기존 합금강의 70~80% 수준으로 뛰어나다.

베를린 익스프레스는 일반 벙커C유와 LNG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 엔진을 적용했기 때문에 연료탱크도 두 개가 필요하다.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는 기존 벙커C유 연료탱크가 적재되었던 자리인 선박에서 선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선실’(Deck House 또는 거주구) 아래 공간에 설치됐다. 벙커C유 연료탱크는 선박 뒤편에 있는 엔진룸과 내부 컨테이너 적재 공간에 비어 있는 자리에 작은 크기로 들어갔다. 이중연료 선박이지만 주로 LNG를 사용하므로 벙커C유 연료탱크는 줄여서 설치했다. 덕분에 선내 컨테이너 적재 공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고망간강은 LNG 추진 선박의 연료탱크로 시작했지만 LNG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고망간강을 개발한 포스코 측은 “LNG 추진 선박 뿐만 아니라 LNG 운반선 등 관련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물론 육상 터미널 저장 탱크. LNG 차량, 파이프라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풍부하고 니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망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NG용 소재 중 가장 저렴한 9% 니켈강에 비해 약 30% 저렴해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와 한화오션은 고망간강의 상용화를 개발 직후인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공동 연구를 이어왔고, 이번에 LNG추진선용 연료탱크 세계 최초 적용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2022년 11월 3일 경남 거제시 한화조선 거제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독일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해 건조중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1호선 내부에 탑재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위에서 업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인도한 이 선박의 이름은 ‘베를린 익스프레스’다. 사진=채명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1월 3일 경남 거제시 한화조선 거제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독일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해 건조중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1호선 내부에 탑재한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 위에서 업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인도한 이 선박의 이름은 ‘베를린 익스프레스’다. 사진=채명석 기자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의 상용화에는 하팍로이드의 결단도 큰 기여를 했다. 선박을 발주할 당시 하팍로이드는 LNG를 함께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방식을 희망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의 우수성과 포스코와 함께 개발한 연료탱크 디자인을 제시했고, 하팍로이드는 건조 과정에서 감독을 꼼꼼하게 수행해 달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조건 없이 적용을 결정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양사 간 신뢰 관계가 있었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해운산업도 친환경 바람을 타고 LNG 추진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하팍로이드는 2021년 6월18일 동급 선박 6척을 추가 발주했다. 이중연료 추진 방식을 적용한 만큼 선가도 비싸다. 수주 당시 하팍로이도 선박의 척당 선가는 약 1억6300만 달러(1800억원, 2020년 계약 당시 원‧달러 환율)로, 2만2000TEU급 일반 컨선(1억4000만 달러)에 비해 15% 이상 비쌌다.

하팍로이드는 회사 공식 SNS(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베를린 익스프레스가 8월에 FE3 노선에 투입돼 컨테이너화물을 싣고 운항에 들어가며, 10월에 함부르크에서 명명식 행사를 치른 뒤 AG3 노선으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베를린 익스프레스는 하팍로이ㄷ가 보유하고 있는 약 250척의 선대 가운데 직접 발주한 최초의 LNG 추진 선박이다. 앞서 이 회사는 기존 벙커C유를 사용하던 것을 최초로 LNG 추진선으로 개조한 1만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인 ‘브뤼셀 익스프레스(Brussels Express)’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하팍로이드에게 베를린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수주한 12척의 동급 선박을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두 번째 선박인 ‘마닐라 익스프레스(Manila Express)’는 8월에 선대에 합류한다.

한편, 하팍로이드는 올해 2월 메이저 에너지 업체인 쉘(Shell)과 LNG 벙커링(선박에 LNG 연료를 공급하는 것)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는 올 하반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베를린 익스프레스 등 선박의 벙커링이 시작할 예정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