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보 재편, 단순 구매자서 ‘주인’으로… 방산 지분 확보 기구 설립 검토
‘드론·사이버·AI’ 기술 자립 속도… 한국 기업 경쟁력 잠식하는 ‘부메랑’ 우려
‘드론·사이버·AI’ 기술 자립 속도… 한국 기업 경쟁력 잠식하는 ‘부메랑’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프랑스, 한국 무기를 대량 구매하며 ‘VIP 고객’을 자처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가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설계자’로 변신한다. 2조 달러(약 292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부 펀드 자금력을 동원해 해외 방산 기업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이른바 ‘방산판 MGX’ 구상을 본격화하면서다. 이는 2025년 대한민국 1년 국내총생산(GDP, 2300~2400조 원)의 약 1.2~1.3배에 달한다.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Les Echos)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아부다비가 방위 산업 투자를 전담할 독립 기구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수동적인 무기 수입국 지위에서 탈피해, 전략적 투자자로서 전 세계 안보 공급망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2조 달러 국부 펀드의 역습… ‘고객’에서 ‘지배주주’로
아부다비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쇼핑 리스트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핵심은 ‘자본을 통한 기술 내재화’다. 아부다비는 무바달라(Mubadala) 등 국부 펀드가 관리하는 자산을 활용해 드론, 사이버 보안, 자율주행 시스템 등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방산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경영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대칭 전력’ 자립 가속화… ‘비싼 수업료’ 대신 ‘기술 지배권’ 선택
아부다비의 전략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전개된다.
첫째, 안보 의존도 탈피다. 워싱턴, 파리, 서울 등 기존 주요 안보 협력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고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한다.
둘째, 미래 전력 집중 투자다. 전통적인 화력 무기보다 드론, 로봇, 자율 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비대칭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셋째, 자국 산업 챔피언 육성이다. 해외 투자로 확보한 지적재산권(IP)을 자국 방산 기업인 ‘엣지(EDGE)’ 그룹으로 이식해 생산 역량을 극대화한다.
방산업계에서는 UAE가 과거 단순한 완제품 수입을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강력히 요구해 왔는데, 이제는 투자 기구를 통해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술 통제권을 직접 쥐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K-방산 ‘수출 공급자’ 지위 유지될까… 투자자가 주목할 3대 지표
아부다비의 독자적인 방산 투자 행보는 최근 중동 시장에서 연일 승전고를 울리는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던진다.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파트너와의 공동 투자 기회는 단기적인 실익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UAE가 우리 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향후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 투자 기구의 포트폴리오다. 아부다비가 어떤 국가의 어떤 기술 기업을 인수하는지가 향후 한국 방산의 수출 타깃 시장과 겹치는지 확인해야 한다.
② 협력 모델의 질적 변화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법인(JV) 설립 및 공동 연구 개발(R&D) 비중이 급증할 경우 기술 유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③ 글로벌 규제 환경이다. 안보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아부다비의 지분 확보 시도를 승인할지 여부가 변수다.
아부다비의 이번 전략은 ‘기름의 힘’을 ‘총칼의 힘’으로 전환해 영구적인 안보 자립을 이루겠다는 선언이다. 한국 방산 역시 단순한 판매자를 넘어, 아부다비의 투자 전략을 역이용해 기술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고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