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베리 무역 합의 이행 갈등 폭발… EU, 930억유로 보복관세 카드 만지작
독일 자동차 업계, 관세 현실화 시 최대 26조~52조원 손실 경고
독일 자동차 업계, 관세 현실화 시 최대 26조~52조원 손실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유로뉴스(Euronews)는 지난 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EU가 지난해 7월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Turnberry)에서 합의한 무역협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유럽산 자동차·트럭에 대한 관세를 현행 15%에서 25%로 올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EU 집행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합의는 지켜야"… EU, 전방위 반박 나서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5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합의이며, 우리에게는 합의가 있다. 이 합의의 핵심은 번영, 공동의 규범, 신뢰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의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맞대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우 코스타도 27개 EU 회원국이 집행위원회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가 "일반적인 입법 절차에 따라" 합의 이행 의무를 충실히 밟고 있으며 미국 측에 진행 상황을 "빠짐없이 보고해 왔다"는 입장이다.
유럽의회는 해당 무역협정에 조건부 승인을 내린 상태이나 회원국들과 최종 협의가 남아 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장 베른트 랑에(Bernd Lange)는 트럼프의 발표가 "명백한 신뢰성 훼손"을 드러낸다며 약속을 어기는 쪽은 EU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유럽의회는 앞서 지난 3월 합의 승인을 처리하면서 미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EU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조항을 추가로 삽입했다.
턴베리 합의의 공식 명칭은 '상호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무역에 관한 미·EU 기본 협정'으로, 지난해 7월 27일 정치 합의에 이어 8월 21일 공동성명 형태로 확정됐다.
협정의 핵심은 EU 상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는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사실상 0%로 철폐하고 미국산 에너지를 7500억달러(약 1098조 9000억 원) 규모로 구매하며 2028년까지 6000억달러(약 879조 120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위반을 주장하는 핵심 논거는 EU의 이행 속도다. 그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맺은 역사적인 무역 합의에서 EU가 자국 측 약속을 이행하길 인내심 있게 기다려 왔다"며 "관세를 0%로 낮추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EU는 합의 당시 이행 입법의 최종 승인이 아닌 착수 시점에 관세 인하를 이행하기로 했다는 입장이어서 해석 차이가 분쟁의 불씨가 됐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통상장관 회의 계기에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90분간 회동, 관세 인상 배경과 근거를 집중 논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후 성명을 통해 7월 말 합의 1주년 이전에 15% 관세 상한선을 회복할 것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
독일 자동차 '25조 ~ 51조원 손실' 위기… 보복관세 카드도 꺼내 들어
경제적 파장은 상당하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의 모리츠 슐라리크(Moritz Schularick) 소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독일이 약 150억유로(약 25조 7712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 감소에 따른 손실이 최대 300억유로(약 51조 5253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 연구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독일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가 5.3%, 이탈리아는 4.7%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유로스타트(Eurostat) 통계에 따르면 2024년 EU의 대미 상품 수출액은 5316억유로(약 912조 9485억)이며, 이 가운데 도로 수송차량(자동차)은 전체 대미 수출의 9.6%를 차지했다.
독일 자동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폭스바겐(Volkswagen)그룹은 현행 15% 관세만으로도 연간 40억 유로(약 6조 8694억 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와 BMW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관세 인상의 정치적 배경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동 전쟁을 두고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와 언쟁을 벌인 뒤 자동차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관측이 독일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발언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메르츠 총리 측은 자신의 발언과 관세 인상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8일(현지시각)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에서 EU에 오는 7월 4일까지 이행 조치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관세를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최후 시한을 제시했다.
EU 협상단은 오는 19일 차기 협의에 나설 예정이나, 랑에 무역위원장은 "합의 도달까지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인정했다.
EU는 930억 유로(약 159조 747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 목록을 이미 마련해 두고 있으나 전면 충돌을 피하고자 발동을 유보하고 있다.
미·EU 무역 갈등이 자동차에서 항공, 농산물, 디지털 서비스 분야로 번질 경우 글로벌 교역 질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