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불공정 경쟁 등을 근거로 알뜰주유소제도 개선 촉구 · 산업통상자원부, 알뜰주유소 입찰 제도 개편 나서

23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유소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만1092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120여 개의 주유소가 폐업했다. 올해 들어 반년 만에 52곳이 추가로 문을 닫았다. 나흘에 한 개꼴로 문을 닫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12%(1291개)에 이르는 알뜰주유소와 경쟁해야 하는 일반주유소의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알뜰주유소가 문을 연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폐업한 주유소만도 1800여 개에 달한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그리고 한국도로공사가 각각 공동 입찰이나 별도 입찰을 통해서 정유사 기름을 원가 수준으로 산 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30~60원 정도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한다.
일반주유소 줄폐업이 이어질 때 알뜰주유소는 무섭게 성장해 2012년 847개로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1305개까지 늘었다.
정유업계는 불공정 경쟁 등을 근거로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일부에 특혜를 줘서 불공정 경쟁은 물론 가격 치킨게임도 조장하고 있다는 것. 명백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안 불만도 고조 되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기름을 사는데 알뜰주유소는 더 싸게 공금함으로써 가격 결정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알뜰주유소의 경쟁력은 서비스나 마케팅 등이 아닌 정부의 특혜성 지원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문제다"고 강조했다.
알뜰주유소 공급자가 석유공사, 농협, 한국도로공사로 한정되다보니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정유사에 무리한 거래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현국 KEI컨설팅 전무는 지난 4월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알뜰주유소 제도 운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면 불공정거래를 횡행해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란 당초 목적을 상실했다"며 "알뜰주유소 제도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알뜰과 비알뜰 간 수평적 공정경쟁은 물론 정유사와 공동구매자 간 수직적 공정경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알뜰주유소 입찰 제도 개편에 나서자, 정유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입찰부터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공동 진행하는 입찰도 개별 입찰로 바뀐다.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첫 개편 인만큼 제도가 시장에 미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당장, 제도를 대폭 손 보진 못해도 조금씩 개선안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현국 KEI컨설팅 전무는 "수요 독점시장을 조성해 유통시장 환경이 오히려 악화됐다"며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 구조 개편, 민영화는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