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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42)] 구식 철강설비를 인수하려는 속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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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철태만상(42)] 구식 철강설비를 인수하려는 속뜻

US스틸 공장. 사진=US스틸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US스틸 공장. 사진=US스틸 홈페이지
철강 빅 뉴스가 터졌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두 곳이나 등장했다. 빅 매치가 분명하다. 1904년 창립된 US스틸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클리브랜드-클리프와 에스마크, 아르셀로미탈이다. 이 뉴스는 미국 내 철강 산업의 재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유럽의 글로벌 철강 기업들이 서둘러 친환경설비로 전환하는 시기에 탄소 집약적인 고로를 인수하겠다는 속뜻은 무엇일까?

지난 일요일, US스틸은 라이벌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제안한 ‘73억 달러 인수’(약9조7,922억원)를 거부했다. US스틸은 다음 행보를 고려 중이라는 멘트만 날렸다. 월요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업 대기업 에스마크(Esmark)가 78억 달러(약10조4,629억원)를 제안했다. 다시 하루가 지나자 아르셀로미탈도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정작 매각의사를 비춰야 할 US스틸은 명쾌한 반응을 내 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US스틸 주가는 122%나 급등했다.

클리브랜드-클리프는 왜 탄소 배출이 엄청난 구식의 고로를 기반으로 한 US스틸을 인수하려는 것일까? 이 궁금증은 세 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철광석 광산회사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을 확보할 수 있고 철광석 구매의 바잉파워를 갖추게 된다.

이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합병 기준을 높인 반독점 규제 당국의 관심과 손뼉이 맞는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와 대형 철강 구매자들이 미국 철강업체 간의 경쟁 축소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지난 7월 28일 세계 10대 철강업체로의 진입을 선포한 것과 연관이 있다. 클리브랜드는 중국을 제외한 4대 철강업체 중 하나가 되겠다고 했다. 루렌코 곤칼베스 회장은 US스틸과 합병을 통해 더 저렴하고 혁신적이며 강력한 미국 내 공급업체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곤칼베스는 실제로 2019년 AK스틸을 인수했다. 1년 뒤에 아르셀로미탈 USA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결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미국 내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는 US스틸을 인수하여 미국 내 강판 시장을 50% 이상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미국 내 고로 생산체제는 100% 클리브랜드 클리프에 흡수된다. 고로에서도 친환경 체제를 얼마든지 갖출 수 있는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된 고로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전기로와 같은 친환경 설비의 신설은 용량이 작고 완전한 가동이 이뤄지는 시기도 3년 이상 걸리는 단점을 클리브랜드 측에서도 계산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철강업계는 철강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기업간 통합이 촉진됐다.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에는 철강 가격이 4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 여름의 공급망 정체 사태는 미국 철강 산업을 크게 흔들었다. 당시 철강 가격은 무려 t당 2,000달러(약268만원)에 육박했다.

팬데믹이 종료될 무렵 철강 가격은 t당 약 800달러(약107만원)로 다시 안정되었지만 지난 6년 동안의 철강 가격은 최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미국은 경기 회복이 장기화되면서 강판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추세이다. 만약 클리브랜드-클리프가 US스틸을 인수한다면 미국 철강 업계는 강자들의 독무대가 될 것 같다.
그러나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세계 최강자로 올라서기에는 생산량에서 뒤진다. US스틸의 생산량은 약 3,300만t 규모이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클리브렌드는 세계 10대 철강업체로 올라설 수는 있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여전히 세계 1위의 철강 기업은 연산 1억t이 넘는 중국의 바오우그룹이다. 각국의 랭킹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미국은 4위이다.

64층 높이의 US스틸 타워의 최대 임차인이 US스틸이 아니라 지역 의료시스템인 UPMC가 주역이다. 타워 꼭대기에는 UPMC이름이 붙어 있다. 과연 US스틸이 누구 품에 안길지 주목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 US스틸의 역사

US스틸은 1901년 JP 모건, 앤드류 카네기가 설립했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US스틸은 지난 40년 동안 일본과 한국 중국이 철강 강국으로 부상하기 전까지 전 세계 철강 산업을 지배해왔다.

US스틸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억 t의 비행기, 선박, 탱크, 기타 군사 장비용 철강과 자동차 및 가전제품용 철강을 공급했다.

US스틸이 몸집을 간추린 것은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이다. 에너지 위기와 수 차례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생산량을 줄였다. 철강의 공급 과잉, 저가 수입품, 가격하락이 장기화하자 2001년 조직을 개편하고 에너지 사업부문인 마라톤 오일 코퍼레이션을 분리했다.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