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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매각 차질] 해외 경쟁 당국 속내 “합병 막아, 피인수 기업 퇴출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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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매각 차질] 해외 경쟁 당국 속내 “합병 막아, 피인수 기업 퇴출시켜야”

EU‧미‧일 등 경쟁 심사 통해 자국 이익 최대화 목적
특정 부문으로 세분화해 경쟁 제한 막는 정책 제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집행위원회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집행위원회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에 달린 가운데, 해당 국가들은 양사의 통합을 부결시킨 후 피인수 기업의 퇴출을 더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해외 경쟁 당국 기업결합심사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EU집행위원회의 원론적인 입장은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간의 여객 및 화물 항공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집행위는 통합 법인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경계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한국-미주, 한국-유럽 노선의 항공화물 시장 점유율은 각각 51.6%, 40.6%를 기록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을 더하면 최대 73%가량으로 늘어난다.

다만, 여기에는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여객이나 화물 모두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요가 반대 수요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여객과 화물은 상대적으로 항공기 편수가 많은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시장 점유율로만 공정 여부를 평가한다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EU집행위에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조정과 화물 전용 항공사 확대를 통한 항공화물 시장 내 독점적 점유율을 낮추는 등 시장 조치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시정 조치일 뿐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낮춘 비율을 유럽 항공사에 전가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러한 논리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역시 대한항공에 요구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점유율을 이전시키라며 조건부 승인을 낸 것과 유사하다.

주로 기업 대 기업간 인수‧합병(M&A)으로 국내 또는 세계 시장 전체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공룡기업 출현과 시장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던 각국 경쟁 당국의 경쟁 심사 추세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건과 마찬가지로 더 미세한 분야까지 집중해 해당 분야에서 자국 기업이 경쟁 열위에 놓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경쟁 요소의 저하가 소비자가 누리는 후생효과를 저해한다는 과거의 통념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소수의 대형기업이 더 보편적인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쟁 당국의 심사 기준은 과거 일반 제조‧서비스산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 당국의 진짜 목적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을 통해 두 회사를 존속시키는 게 아니라, 피인수되는 기업이 문을 닫고 시장에서 나가는 것”이라며, “이러면 굳이 시정 조치 규칙을 따를 필요 없이 대한항공 혼자 남은 한국 시장에서 얻을 것이 많아진다”리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벤처기업 시기에는 이권을 가진 대기업이 창업해 잠재 위협 요소가 되는 소기업을 인수해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면서 자사의 권한을 유지했다. 지금은 정부를 움직여 경쟁기업 간 합병을 막아 피인수 기업의 퇴출을 유도해 자연스레 경쟁도를 낮추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인수 승인이 안 되어 대한항공이 손을 떼면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자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파고들어 얻을 것은 확실히 얻으려는 해외 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EU집행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가장 중요하다. 역내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시에 취항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등이 좀 더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지만 양사가 에어버스 항공기 주요 구매기업이라는 점이 고려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병에 큰 이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은 한국 여행객들을 유치해야 하는 만큼 미국의 결정만 나오면 따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