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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임단협, 신음하는 철강·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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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임단협, 신음하는 철강·자동차

철강업계, 짙어지는 '파업 리스크'
산업환경 변화 고려 없는 '기아'
포스코센터빌딩.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센터빌딩. 사진=포스코
조선업계를 시작으로 자동차까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순조롭게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철강업계와 자동차업체 기아가 노사 간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대표인 포스코는 창사 55주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우려마저 나오고 있고, 자동차 업체 기아도 특근을 거부하며 파업을 시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지만, 업황이 좋지 못해 노조가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동조합(포스코 노조)은 지난 5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실무 및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노조가 쟁의권 확보에 나서며 포스코는 창립 55주년 만에 첫 파업이 진행될 위기에 처했다.

사측은 전날 교섭에서 △기본임금 16만2000원(기본급 9만2000원 포함) 인상 △일시금 600만원(주식 400만원·현금 150만원·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직원 평균 인상률은 5.4%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는 회사의 제시안이 미흡하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 8월 23일 20차 교섭 당시 결렬을 선언한 후,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 안건을 가결했다.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앞에서 대규모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기도 했다. 이후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과 만나 대화에 나서며 지난달 21일 교섭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감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타결을 위해 예년 대비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업계 1위인 상징성 때문에도 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창사 최초의 파업보다 업계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당장 파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맏형 포스코의 파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제철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사 간 대화가 길어지며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가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달 14일 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사가 설득에 나서며 교섭이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는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세(CBAM) 준비와 전기료 인상 부담 등 외부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노사 간 견해차로 파업이 진행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기아 노사는 지난 5일 경기 광명시 오토랜드 공장에서 제13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기존 제시안(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특별격려금 250만원, 생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재래상품권 25만원, 자사주 지급 등)에 더해 연간 최대 200명, 700실 규모 최신 시설 기숙사 신축, 사원아파트 운영 개선 등도 제시안에 포함했지만 노조는 합의를 거부했다.

노사 간 쟁점은 '정년연장'과 '고용세습 조항 삭제'다. 노조는 교섭 선결조건으로 정년연장, 신규인원 채용 규모 확대, 미래 고용확보를 위한 신사업‧신공장 확대, 조합원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고용세습 논란을 불러온 단협 27조 때문에 기업 이미지 훼손이 심각한데다, 지난 5월 최준영 대표이사가 고용노동부에 불려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법규 위반 부담까지 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단협 개정이나 신규 채용 규모 모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직계가족 우선채용 조항은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으니 개정할 이유가 없고, 신규 채용 규모도 300명으로는 부족하니 추가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노조는 제조업 분야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인원을 채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으로 공장 운영 시스템이 변화했다. 공정이 줄고 부품 수가 줄어 과거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더 많은 규모의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좋지 않고 산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와 같이 근로여건 개선에만 치중하는 것은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조선·자동차 업계처럼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동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노사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