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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 HD현대] HD현대, 상선 이어 군함 시장 넘버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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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 HD현대] HD현대, 상선 이어 군함 시장 넘버원 노린다

상선 세계 1위지만 군함 건조 분야는 10위권 밖
메모리 이어 비메모리 1위 노리는 삼성전자처럼
초격차 능력 활용해 군함 분야도 최고 기업 목표
지난 20일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특수선사업본부 작업장 안벽에 울산급 1배치-III 이지스 호위함 충남함(오른쪽)과 광개토대왕급 배치-II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시운전을 마친 후 나란히 정박해 있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일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특수선사업본부 작업장 안벽에 울산급 1배치-III 이지스 호위함 충남함(오른쪽)과 광개토대왕급 배치-II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시운전을 마친 후 나란히 정박해 있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는 상선 건조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군함 건조는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은 20일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HD현대 특수선사업의 해외진출 확대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한민국은 상선에서는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지만 군함 부문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개척하고 도전해야 하는 새로운 분야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다시 불태워볼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2030년까지 연 매출 2조원 달성’으로 요약 설명한 HD현대의 방위사업 중장기 발전 방안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략과 비슷하다. 최고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1위에 올라 반도체 산업 전체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HD현대도 상선 부문에서 기술과 생산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여기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방산, 특히 군함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조선사로 등극하려고 한다. 그 시기를 2030년으로 잡았다.
1975년 대한민국의 첫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군함 사업을 본격화한 HD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이지스함 5척, KDX-II 구축함 3척, 호위함 12척, 초계함 6척, 잠수함 9척, 경비·구난함 31척, 지원함 7척, 수출함 14척 등 총 102척의 함정을 건조한 바 있다.

특히 이지스함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직접 설계‧건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으며, 잠수함은 물론 항공모함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만, 그동안의 사업이 우리 군을 대상으로 한 내수 중심으로 이뤄져 사업 확대에 한계가 생겼다. 따라서 소규모로 추진해왔던 수출사업을 키워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군함 조선사들과 경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기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7000여억원이었는데, 이를 2조원대로 안정적으로 키워내려면 최소한 1조3000억원 이상을 해외사업을 통해 벌어들여야 한다.

세계 초일류 군함 조선사로 성장하려면 의욕만 갖고는 이루기 어렵다. 이에 주 본부장은 “유럽의 다벤과 미국의 잉겔스 등 선진 업체들이 어떤 것을 잘하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장점과 결합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벤치마킹해 HD현대가 잘하는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 지역 조선소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지난주 방위사업청과 함께 미국 조선소들을 방문했다. 현장을 목격한 뒤 우리의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항공기와 탱크 등 다른 방산 무기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나 HD현대 해외 군함 사업도 우상향 성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의 7도크는 필리핀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초계함 건조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이틀 후인 22일에는 필리핀 참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3200t급 필리핀 초계함 1번함의 기공식을 진행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을 확보하는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확실한 루트를 확보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MRO) 역시 수주하며, 필리핀 해군의 현대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K-방산 덕분에 한국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폴란드에서도 현지 방산그룹인 PGG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폴란드는 최근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됐는데, 안정화된 후 논의가 구체화될 미국의 경우 존스법(Jone’s Act)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조선소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MRO가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서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 본부장은 “동남아와 중동은 잠수함과 수상함, 남미는 잠수함을 주력 수출국가 및 품목으로 정했으며, 시운전 중인 울산급 배치-3 호위함 충남함을 보자 이 군함을 사겠다고 하는 나라도 있었다”면서 “함정 건조설계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나라도 있어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HD현대는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화오션과 관련해 해외시장에서는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본부장은 “캐나다 잠수함 도입사업은 규모가 상당히 커서 한 개 업체가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또한 캐나다 정부 측이 절충 교육도 요구하기 때문에 계약조건이 까다로우므로 G2G(정부 간 거래) 베이스로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외부 전문가도 그렇게 지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그런 움직임이 있을 테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