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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미끄러진 현직 CEO들‥‘최정우 라인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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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미끄러진 현직 CEO들‥‘최정우 라인의 실패’

후추위 발표 최종후보 6명에 현역 CEO는 김지용 사장 한 명뿐
당연직 후보들 능력 갖추고도 ‘최 회장 마스코트’ 오해에 탈락
‘라인’ 순혈주의 깨려 시행한 인사 교류가 또 다른 라인 구축
3연임에 집착해 후배 양성‧조직 미래 등한시 ‘유종의 미’ 힘들 듯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잔=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잔=연합뉴스
‘최정우 라인의 실패’

지난달 31일 오후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공개한 6명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명단, 즉 ‘파이널 리스트’(Final List)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최종 후보는 △권영수(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이다.

포스코 전‧현직 인사 3명에, 비 포스코 출신 인사 3명이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일단 모양새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포스코맨들로서는 ‘충격적’이다.
당연직 후보로 올라왔던 ‘현역 경영진’, 즉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퓨처엠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과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내부 인사 가운데 후추위 기준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이는 김지용 사장과 전중선 전 사장 중 단 두 사람 뿐이며. 현직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는 김지용 사장 뿐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맨들로서는 이 사실이, 처음으로 비 포스코 인사가 무려 3명이나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는 것보다 더욱 놀랍다. 자신의 뒤를 가늠하지 않았던 최 회장이 자신이 이끌어가는 포스코그룹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낸다. 한 명만 올라온 것도 충격인데, 외부인사가 회장에 선출된다면, 불만을 넘어 분노할 일이 될 것이라고 서슴없이 외친다.

지난 2013년 정준양 전 회장에 이어 권오준 전 회장을 거쳐 최 회장까지. 이들은 철강업계와 재계가 예상했던 포스코그룹 CEO(최고경영책임자) 유력 후보군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인물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CEO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그룹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CEO 육성 프로그램을 거쳤고, 선임 당시 ‘내부 현역 인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경영 능력 이외에 이들이 회장에 오르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바로 ‘실세’, ‘적통’, ‘라인’으로 표현하는 내부의 거대 권력을 깨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서울대학교 졸업‧금속공학과 전공‧공채 기수‧탄소강‧포항 또는 광양제철소장’으로 상징하는 거대 권력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키워낸 동력을 끌어낸 ‘맨파워’들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이러한 교집합에 어느 하나라도 속하지 못한 포스코맨, 특히 비철강 부문 및 계열사 출신들은, 자신이 보유한 잠재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닫힌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일반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지난 1999년 포스코에 합류한 A씨는 2024년 올해 근무 경력이 25년 차로, 전 직장 근무 기간보다 3배는 더 많은 기간을 포스코에서 보내며 한 조직을 책임지는 관리자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A씨는 지금도 여전히 ‘외부 영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공채가 아닌 이상, 수십 년을 포스코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다. “드러내고 차별하는 일은 없었다”는 A씨는 “다만, 그들 틈으로 섞이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은 정년 퇴임까지 갖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따라서 정 전 회장과, 권 전 회장에 이어 최 회장이 꺼낸 카드가 ‘인력 교류’다. 탄소강으로 대표하는 철강 부문과 비철강 부문 간.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와 계열사 간 임직원 교차 인사를 정례적으로 단행했다. 외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았다. 마케팅, 기획 부문에서 여러 인사들이 포스코맨으로 새 출발 했다. 계열사 임직원과 외부 인사 모두 능력을 증명하면 포스코에서 승진했다. 나아가 계열사 CEO에 선임되어 경영자가 지녀야 할 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력 교류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당장 높디높던 순혈주의 벽이 낮아졌다. 안주하고 조용하던 정적인 조직이 뛰고 소리를 지르는 동적인 조직으로 전환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경쟁사는 물론 중국 등 외국 철강사와의 경쟁에서 수세적인 자세에 머물렀던 포스코가 이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포스코가 민간기업이 되었구나’라는 소문이 나왔다.

그러나, 인력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해답은 있어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경험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철강업은 담당한 한 분야에서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고 긴 시간을 들여야 갚은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다. 기술 개발도 그렇거니와 철을 만드는 제철‧제강 과정이 그렇다. ‘명장’을 배출하는 이유다.

그런데 수사적 인력 교류는 깊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업무의 연속성을 단절시켰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임직원들이 느끼는 충격도 컸다. 조직원이 흔들리면 조직 운영에 구멍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구멍 여러 개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대규모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2013년 이후 포스코를 비롯한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게 포스코를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도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인정하지 않지만, 포스코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외부인들은 다 알고 있다.

인력 교류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회장의 가신들, 즉 ‘라인’을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인력 교류가 이러한 라인을 형성한 계기가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다. 조직이 크건 작건, 결국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일인자가 존재하는 한 그를 따라 실세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데, 공채‧탄소강 출신을 라인이라고 깨어버리려 한다면, 이를 주도한 일인자를 추종하는 이들이 모여 또 다른 ‘리인’이 만들어졌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력 교류를 표방한 수시 인사는 기존의 라인을 깨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대신 조직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하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은 인사권을 휘두르는 CEO만 쳐다보고, 그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이들이 모여 또 다른 라인을 만든다.

연임을 포함해 5년여 재임 기간 형성된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에선 ‘최정우 라인’의 존재를 ‘누구나 다 알지만, 최 회장만 모르는 비밀’이라고 치부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7명의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후추위 위원)도 최 회장 사람들이라는 터무니 없는 비난을 받을 정도이니, 당연직 후보에 속한 CEO들은 당연히 ‘최정우 라인’으로 불리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최정우의 마스코트’라고 까지 했다.

최 회장이 3연임 여부를 보다 일찍 결정했다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절차를 내세우며 차일피일 미루면서 그와 함께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CEO 후보들이 ‘최정우 라인’이라는 인식은 깊어졌다. “이들 가운데 회장에 오르는 사람은 최 회장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는 오해가 심각한 상황까지 확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 회장은 후배 CEO들을 책임지지 않았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르겠지만, 어쨌건 최 회장은 후계자를 키우고 양성하고 길을 열어주기보다는, 자신의 3연임과 안위에만 집착한 것으로 비친다, 그로 인해 실력이 있는 CEO 대부분이 후추위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유발했다. 내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최 회장은 ‘포스코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회장’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최정우 라인으로 볼수있는 현직 김지용과,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해 재편한 실무를 담당해 성공시키고 담담히 떠난 전중선 전 사장에게 무게가 쏠리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