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품질을 중시했던 그는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효성의 대표 제품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렸고,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는 등 재계의 ‘얼굴’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되는 이유 한가지가 중요” 기술에 대한 집념
조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집념이 상당했다.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로 성공한 뒤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에 도전했던 1980년대 당시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하고 기술적 기반도 약해 뛰어들기 쉽지 않았다.
경쟁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시기여서 회사 내부에서는 “이 사업을 하고 싶지만 안하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정도의 어려움은 도전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폴리프로필렌의 원료인 나프타는 선발업체들이 선점한 상황이었고, 일본에서도 구할 수 없었으나, 수소문 끝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탈수소공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개발중인 신공법인데다 이를 상업화할 기술이 없었으나 조 명예회장은 용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구창남 전 동양나이론 사장은 “공학도 출신의 조 명예회장이 치밀하게 분석하고, 기술을 이해한 뒤 확신이 들면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직원들과 신혼여행 함께 가서 기술연수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 공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IT가 미래 유망업종이지만 조 명예회장이 공부할 당시 ‘부잣집 아들’이 공학을 배우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가방 들고 혼자 출장가는 ‘미스터 조’
조 명예회장은 무슨일이든 직접 나서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무진과 토론도 많이 했고, 임원들도 생각이 다르면 조 명예회장에서 그건 틀린 것 같다며 건의하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은 아무리 부하직원이라도 전문지식과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면 받아들였다. 반대로 잘못이나 약점을 감추려는 사람은 질타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솔직하고 소탈했다.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수행원 없이 늘 혼자 다닐 정도로 허례허식을 싫어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철 전 효성물산 전무는 “홍콩 주재원 당시 경비실에서 ‘미스터 조’라는 분이 찾아왔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 보니 조 명예회장이 가방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면서 “깜짝 놀랐지만 정말 소탈한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기억했다.
과거 일본에 출장을 갈 때는 자동차를 고집하기보다 전철을 이용했다고 한다. 멋지게 폼잡는 것보다는 시간약속에 맞춰다니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