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대표 철강업체들은 올해 상반기로 예정했던 설비투자 등 비용 집행 계획을 하반기로 연기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들의 사정도 포스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회사 측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며, 제철소 등의 운영게획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산업 정체에 따라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황 악화로 건설·토목용 철강재 판매가 반토막이 난 가운데, 전기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도 판매 둔화 영향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하반기부터 생산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선 업계용 철강재 수요는 살아있다고 하지만, 종류가 제한적이라 전체 시황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비용을 아끼려는 수요 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산 판재류 수입량은 148만1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증가했다. 판재류 내수시장은 국내 3사가 지켜오던 부문인데, 이 시장에서 중국산 유입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이 생산설비를 최신예를로 교체한 이후 고품질 제품군으로 인식되는 열연코일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후판 등 판재류도 한국산에 못지않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
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웃 나라는 지리적 이점 못지않게, 한국 시장에서 판재류 판매가 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 철강사들의 전략도 먹히고 있다.
수출시장에서도 중국산 때문에 고전하는 가운데, 내수시장까지 내어주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철강사들의 영업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산보다 비싼 국내산 철강재의 가격을 보전해 주기 위해 물량할인 등을 동원하고, 판매 장려금도 늘리고 있지만,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요 업체들로부터 외상 등 판매비 회수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협회를 통해 정부에 반덤핑(AD) 등 통상 카드를 활용해 줄 것으로 건의한 상황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3배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정부의 입장이 있고, 또한 열연코일을 소재로 냉연코일. 강관 등을 제조하는 하공정 제강사, 일부 수요 업체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반대하고 있어 쉽게 결정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으로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전쟁 등 수출시장도 불안해지면서 올해 철강업체들의 경영난은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