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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남미, 중국산 철강 관세 인상...흔들리는 '차이나 머니'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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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남미, 중국산 철강 관세 인상...흔들리는 '차이나 머니' 의존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다. 사진=로이터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며, 그동안 쌓아온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멕시코, 칠레, 브라질은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고, 일부 제품에는 관세를 두 배 이상 올렸다. 콜롬비아도 곧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조짐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관세 부과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대 원자재 구매국이자 주요 투자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관세에 직면한 중국에 새로운 판매 시장을 제공해왔다.
남미지역 철강협회인 알라세로(Alacero)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약 1000만 톤, 금액으로는 85억 달러(약 11조5753억 원) 상당의 철강을 라틴 아메리카로 수출하고 있다. 이는 2000년 8만5000톤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중국산 수입품 급증으로 중남미 철강 생산업체들이 폐업하고 140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중국과의 관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브라질은 곧 수입 합금의 약탈적 가격 책정을 막기 위해 관세율 할당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식 발표에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중국 수출량이 290만 톤으로 62% 급증한 것이 이 조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브라질 철강산업 기관인 아코 브라질(Aco Brasil)의 마르코 폴로 데 멜로 로페스는 "브라질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라며 "브라질은 무법천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반발은 '체리에서 구리까지' 중국에 의존하는 소규모 수출주도 경제 국가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틴아메리카와 중국의 무역 관계는 여러 면에서 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다른 원자재 수출 중심 경제와 마찬가지로 칠레는 리튬 원석을 배터리 부품으로, 철광석을 철강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다운스트림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브라질의 경우, 세계 최고의 철광석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브라질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중국으로 운송되어 가공된 후 다시 브라질로 수입되면서 브라질 철강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철강업체 파스 델 리오(Paz del Río)는 중국산 철강이 50% 할인된 가격으로 들어오자 정부에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원자재 중심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미주 대화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에너지, 운송, 광업 등의 산업에 1875억 달러(약 255조 원)를 투자했다.

최근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지출은 둔화되었지만 주요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은 아르헨티나에서 성장했고, 브라질에서는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아시아 이외 지역에 첫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며, 멕시코에서는 연말까지 또 다른 공장 건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칠레에서는 비야디와 칭산이 리튬 양극 공장을 개발하고 있다. 2005년부터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이 지역에 1360억 달러(약 185조 원)의 대출 약정을 제공했다.

최근 부과된 관세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너무 확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을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APEC 및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5년 만에 남미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 지역과의 관계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라틴 아메리카의 철강 보호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관세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퀸즐랜드 대학교의 스콧 월드론 부교수는 중국이 단순히 세계무역기구에서 이 사건을 방어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철강 보호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칠레의 중남미 관계 연구 싱크탱크인 누클레오 밀레니오 이클락의 프란시스코 우르디네즈 이사는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