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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부회장, 기술·도전 내세워 삼성전자 반도체 부흥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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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부회장, 기술·도전 내세워 삼성전자 반도체 부흥 이끌까

HBM분야·AI가속기 등서 기술 개발 본격화 유력
첫 해외 행선지 엔비디아로 택해 HBM분야 개선 나설 가능성

새롭게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지난 21일 임명된 전영현 부회장이 웃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새롭게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지난 21일 임명된 전영현 부회장이 웃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구원투수로 전영현 부회장이 등판하면서 새로운 반도체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부회장은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도전정신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다시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과거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중요한 국면마다 반도체 수장 교체로 경영 쇄신을 도모해왔다. 2017년 10월 권오현 부회장의 전격적인 ‘용퇴’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영진의 교체는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파격적인 후속 인사까지 낳을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경영전략의 변화로 꼽힌다. 그만큼 중요한 변화라는 평가다.
전 부회장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그는 안정보다 도전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이를 반도체 사업에서도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삼성SDI 사장 재직 당시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100년 기업을 향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시작해 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자신을 ‘열정남’으로 소개하고 “눈에 보이는 가능한 성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실패를 할 수 있더라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라는 것이 내 좌우명”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무턱대고 도전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자공학 박사를 보유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술에 대해서도 신경써왔다. 전 부회장은 2019년 삼성SDI 창립 49주년 기념사에서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차별화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제시했다. 2017년 삼성SDI에 취임하자마자 그가 강조한 것은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 셋째도 품질"이었다. 이 같은 그의 전략은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격차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경영스타일을 고려해볼 때 위기에 처한 DS부문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대되는 부분은 AI 대세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다.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D램 전문가다. △2006년 설계팀장 △2009년 D램 개발실장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HBM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태로 전 부회장과 같은 전문가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공들이고 있는 AI가속기 분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가속기인 마하-1을 개발 중으로 AMD가 인스팅트 MI300X 가속기 등을 속속 공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출시 시기를 당기기 위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자를 겪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과 이제 막 흑자전환한 낸드 부문은 흑자를 이어나가기 위한 경영 노하우가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50%포인트 수준으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전 부회장이 부임 후 가장 먼저 찾을 곳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가 예상하는 그의 첫 행선지는 엔비디아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아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샘플 테스트를 통과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HBM 분야의 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국내의 유력한 첫 행선지는 17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HBM 수요 증가로 생산능력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를 점검하기 위한 시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월 4만5000개 수준의 HBM 캐파를 올해 말까지 월 13만 개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평택캠퍼스는 이를 위한 부지가 확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며 "전 부회장이 메모리 전문가인 만큼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