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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기차, 유럽서 역풍...현대차·기아 '전략 수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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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기차, 유럽서 역풍...현대차·기아 '전략 수정' 돌입

중국車·보조금 축소·인프라 부족 '3중 압박'
아이오닉·EV 시리즈 부진...디자인 전략도 필요
현대차 "지역별 전략 고도화"...기아 "EV 라인업 확장"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유럽 전기차(EV) 시장에서 판매 감소세를 나타내며 고전하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의 경쟁 심화와 정책 변화, 전기차 신모델 투입 지연 등이 맞물려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줄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급부상 △유럽 각국의 EV 보조금 축소 및 폐지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형급 이상 고가 모델에 초첨을 맞춘 전략과 신형 보급형 EV 투입 시점이 늦어진 점도 지적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는 유럽 업체들이 전기차에 주춤하는 동안 점유율을 넓혔지만, 이후 본격적인 신차 출시로 경쟁이 격화됐다"며 "세계 3대 어워드를 수상하고도 후속 모델 출시가 지연됐고, 아이오닉 시리즈의 부진과 대형 중심 전략은 결과적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실패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완성도는 높지만, 유럽에선 테슬라와 BYD 등 가성비 높은 모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최근 유럽 브랜드들도 중저가 실용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경쟁 강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전략 수정에 나섰다. 보급형 EV와 하이브리드(HEV) 모델 중심으로 라인업 재편에 나서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현대차는 유럽형 전략 차종 중심의 지역별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기아는 EV3 흥행을 기반으로 EV4·EV5·PV5 등 차세대 전기차 투입 일정을 앞두고 있다. 전동화 이미지 강화를 위한 모델 확장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 가능성이 (유럽 시장 판매량 감소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형 전략 차종 중심의 지역별 전략 고도화를 통해 시장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K-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반등을 위해서는 차종 다변화와 디자인 전략 보완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가격 경쟁력 확보는 기본이고, 판매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럽 소비자에 맞춘) 디자인이 결정적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정책과 유럽 소비자 니즈에 맞춰 가성비 EV와 프리미엄 모델을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