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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4)] 사브, 친환경 철강 생산 현장 여성 관리자 선임...韓 철강업계 '유리천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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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84)] 사브, 친환경 철강 생산 현장 여성 관리자 선임...韓 철강업계 '유리천장' 여전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의 옥셀뢰순드 공장 책임자 카린 팜크비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의 옥셀뢰순드 공장 책임자 카린 팜크비스트.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는 무화석 생산 체제로 전환중인 옥셀뢰순드 현장 관리자를 여성으로 선임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발령했다. 새로운 책임자 카린 팜크비스트는 대규모의 제조 현장에서 공정분야 등을 폭넓게 경험한 인물이다. 그녀의 직급은 한국의 철강기업의 팀장 수준이다.

그녀는 지난 2014년에 옥셀뢰순에 있는 SSAB에 합류하여 물류 개발 업무를 담당해왔다. 최근에는 생산 계획과 물류분야를 담당하며 현지 관리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별스런(?) 경력 덕분에 올해 초 스웨덴 철강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옥셀뢰순드 관리를 맡게 돼서 자랑스럽고,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더하여 “새로운 전기아크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2026년에는 반드시 무공해 철강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여성이 철강 공장의 생산 라인을 지휘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철강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이 철강 현장에 기웃거리는 일조차 터부시했다. 그런 미신적인 현장 문화는 알게 모르게 오늘 날까지 스며들고 있다.

어떻든 한국 철강업계에서 임원급 여성은 사실상 실종된 현상이다. 포스코는 그나마 여성 임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에서는 내부 승진을 통해 임원까지 오른 여성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철강업계에 여성 직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공계 출신의 여성 직원이 팀장까지 승진하는 데는 갖가지의 어려움이 고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여성 인재를 채용하는 사례가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철강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분야는 홍보와 인사, 교육, 마케팅 부문에서 도드라진다. 포스코에서는 올해도 대언론 여성 홍보담당 팀장급 직원이 별(임원)을 달았다. 그러나 빅3 이외의 철강 기업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다. 빅 2를 제외하고는 여성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인 홍보팀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항상 기획실이나 경영관리팀 내에서 찬밥신세를 지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가 조직 깊숙한 곳에 팽배해 있기 때문에 설사 여성 직원이 현장 근무를 원하더라도 여성 팀장 또는 여성 임원으로의 꿈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2000년대 초반에 동국제강에서는 신입 여성엔지니어가 인천공장의 압연라인 현장 근무를 자처했었다. 회사 측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라면서 적극 지원했었다. 그녀는 차장 직급까지 올랐으나 결국 결혼과 함께 퇴사하고 말았다. 남편의 만류가 작용했다. 철강 유통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종종 눈에 띈다. 알고 보면 로얄 패밀리가 대부분이다.

보수적인 한국 철강업계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가 등장한 건 지난해 2022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이다.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는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에 숫자 맞추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 첫 여성 사외이사로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었다. 철강 산업은 중후장대 기업 특성상 남성 현장 근무자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성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전개한다면 여성 근무자들의 숨겨졌던 높은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철강 산업은 점점 섬세한 사업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남성의 파워가 아닌 머리로 철강을 만드는 시대로 가는 중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