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세이프가드 조치 연장 및 강화로 인해 자동차, 건설, 엔지니어링 등 철강 수요 산업에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HRC) 수입 제한으로 연간 163만 톤의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EU는 지난 5월 말 철강 수입 세이프가드 조치를 2026년 6월까지 2년 연장하고, '기타 국가' 범주에 속하는 국가들의 열연강판 수입을 분기별 쿼터 내에서 15%로 제한한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이탈리아 산업협회 아소페르메(Assofermet)는 이번 조치로 인해 EU 내 열연강판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며, 자동차, 건설, 엔지니어링 등 철강 소비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소페르메는 "수입 철강은 EU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없는 등급의 제품이므로,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수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베트남, 일본, 대만, 이집트 등 '기타 국가' 범주에 속하는 국가들의 열연강판 수출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2023년 EU에 390만 톤의 열연강판을 수출했지만, 개정된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연간 수출량이 226만 톤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소페르메는 세이프가드 조치 개정이 2015~2017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세 부담 증가, 통관 지연, 항만 혼잡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소페르메 파올로 상고이 회장은 "EU 기관과 협력하여 세이프가드 조치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하고, 유럽 산업에 필요한 철강 공급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철강 무역업체들도 EU의 세이프가드 조치 강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 수출 쿼터 제한으로 인해 기존 EU 시장에 대량 공급하던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