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전 개입 등 사모펀드와 기업간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포이즌필과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백기사가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외이사진 전원은 MBK파트너스의 인수합병(M&A)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사진의 이 같은 대응은 국내 기업입장에서 사모펀드에 대응할만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갈수록 기업에 미치는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포이즌필 등의 제도적 대응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적대적 M&A 등 관련 사태가 발생할 때 마다 국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부작용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반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의 모든 공개기업 이사회가 적대적 M&A에 대해 이를 대응책으로 내놓는다. 일본도 신주예약권을 활용한 포이즌필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에 대한 일률적 평가는 어렵다”면서 “긍정부분, 부정부분 등 명암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모펀드의 개입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응책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기업 정보를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해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해줄 백기사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말해주듯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 구하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계열사·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우호적인 재무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일본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